`묘한 기름값` 전쟁, 승자는 정부뿐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시작된 정부와 정유사의 기름값 전쟁에서 승자는 정부로 판정났다. 국민들은 정부의 유가대책을 실감하지 못하고 비싼 기름값에 속앓이를 했다.

11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구조개선을 목표로 한 정부의 강도 높은 유가대책이 시행됐지만 기름값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정부는 고유가 덕택에 더 많은 유류세를 걷었다.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85원으로 2011년 1929원에 비해 3%가량 상승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유가대책을 시행했지만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휘발유값 고공행진 속에서도 소비량은 늘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휘발유 국내 소비량은 6957만9000배럴로 2011년 6744만8000배럴에 비해 200만배럴 이상 증가했다. 국민들은 유가대책을 체감하지 못하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기름값을 지불했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정유부분에서 줄줄이 적자 전환하는 사태를 겪었다. GS칼텍스는 정유부문에서 39조6473억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50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28조1720억원 매출에 3473억원 영업적자, SK에너지는 전년 대비 9976억원 감소한 2791억원을 기록했다. 다음달 실적발표 예정인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석유제품 수출실적을 올린 정유사들은 정부의 유가대책과 알뜰주유소 등장에 따른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자 매출 확대를 위한 수출에 적극 나섰다.

SK이노베이션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석유제품이 수출 1위를 달성했지만 (정부의 유가대책 등)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물량 중심이던 내수도 올해는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정부가 지난해 비싼 기름값 덕에 유류세를 5900억원 가량 더 걷었다고 지적했다. 소시모는 유가 상승으로 지난해 27조1815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유류세는 정유사의 도매공급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기름값이 올라가면 덩달아 올라가는 구조다.

정유사 한 임원은 “수입제품 우대관세(전자상거래용 수입제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정유사를 견제하기 위해 폐업직전 불량주유소(알뜰주유소)를 세금으로 지원해 늘려나가려는 정부가 정말 우리나라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