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역별 핫이슈]대전시:SW산업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로 산업지원기능 `약화`

국내 소프트웨어(SW) 진흥기관 18곳 중 14위.

열흘 전 대전테크노파크가 정부로부터 받아든 `2012년도 SW기업성장지원사업` 평가점수다.

1990년대 말 지자체 중 줄곧 상위권을 맴돌던 대전이 10여년만에 최하위 단계로 추락했다. 국내 대표적인 IT도시로 평가받는 대전시가 지원 정책만큼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다.

[2013 지역별 핫이슈]대전시:SW산업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로 산업지원기능 `약화`

대전지역 SW산업 육성 정책 시행 주체인 대전테크노파크 전경
대전지역 SW산업 육성 정책 시행 주체인 대전테크노파크 전경
[2013 지역별 핫이슈]대전시:SW산업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로 산업지원기능 `약화`

대전시 SW 산업 육성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문제점은 SW 산업 정책을 전담할 독립적인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최우선시함에 따라 지역 SW 산업 육성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대전시와 산하기관인 대전테크노파크 대응은 아직까지 안이하다.

수 년 전부터 감지돼 온 대전시 SW 산업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대안 방안을 모색해본다.

◇SW기업성장지원사업 평가 점수 수년째 `하위권`=국내에는 모두 18개 SW 진흥기관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1990년대 말부터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SW 진흥기관은 지역 SW산업 육성의 거점 기관으로, 매년 지식경제부로부터 평가를 받고 결과에 따라 운영비를 차등 지급받는다.

최근 대전테크노파크는 정부로부터 충격적인 평가 결과를 통보받았다.

국내 18개 진흥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도 SW 기업성장지원사업 평가`에서 총점 78.4점을 받아 하위권인 14위를 기록했다. 전년 10위보다도 2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안양(12위)이나 제주(13위)보다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반면에 같은 6대 광역권 지자체인 대구는 1위를 차지했고, 울산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8위)이나 광주(10위)도 대전보다는 낫다.

대전시의 이런 성적은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는 대전시의 SW산업 육성정책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당연히 평가 점수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점차 중위권으로 밀려나는가 싶더니 2011년 9위, 2012년 10위, 2013년 14위로 점점 하락 속도를 높였다. 국내 최고 IT도시를 표방한 대전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 SW산업 육성 정책이 표류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관 컨트롤타워 `부재`로 경쟁력 잃어=대전은 수도권에 이어 전국에서 SW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1990년대 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대덕연구단지내 출연연 연구원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대전을 IT·SW도시 반열에 올려놨다. 기업 수만 봐도 지난해 기준으로 400여개나 된다. 지역 벤처기업 중 절반이 SW업종일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SW산업 환경이 뛰어나다.

문제는 지역 SW산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이끌어갈 독자 기능의 전담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울산을 제외한 전국 5대 광역도시 중에서 유일하다.

굳이 관련 기관을 찾는다면 대전시 산하 대전테크노파크내 2개 팀(SW융합사업팀과 SW품질지원팀)이 전부다. 지원 인력도 10명 밖에 안 된다.

기관 내 부설 센터나 단도 아니고 일개 팀이 지역 SW산업 육성정책을 이끌고 가기에 사업 추진력이나 예산 확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원 대상인 업체 수는 타 지역보다 훨씬 많지만, 이를 뒷받침할 조직이나 인력,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전시와 같은 광역권에 설치된 SW 진흥기관들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 인력 규모로만 따지자면 다른 지역 기관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부산과 인천이 각각 SW정보산업진흥원(58명)과 인천정보산업진흥원(57명)을 지역 SW산업 육성 정책 전담 기관으로 설립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구시와 광주시 역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만들어 지역 SW 산업 정책을 진두지휘하도록 하고 있다. 기관 인원 수도 40~50명 수준으로 대전보다 3~4배 이상 많다.

예산도 다른 지자체와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 대전시가 확보한 사업 예산은 28억여원 수준으로 다른 광역권 도시에 비해 형편없이 적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인천이 지난해 198억여원을 지역 사업에 쏟아 부은데 이어 부산과 대구가 각각 145억여원과 92억여원을 사업 예산으로 썼다. 도시 규모가 대전보다 적은 광주도 사업 예산은 40억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러니 대전 지역 업체 불만도 쏟아진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SW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는데 실제 무엇을 지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SW산업 정책이 나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 SW산업 육성 의지 부족=대전시가 이번에 받아든 SW 기업성장지원사업 평가 점수는 지난 10여년간 대전시가 SW 산업 육성 정책을 어떻게 홀대해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경부는 지난해부터 지역SW진흥사업 종합 평가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 그동안 없었던 시도별 개별평가와 SW진흥 성과 전반 등을 평가하는 항목을 새롭게 편입했다. 산업 육성에 대한 지자체 의지를 보겠다는 의미다.

대전시 순위가 해마다 추락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는 이 시스템이 크게 강화된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이 SW 산업 진흥 관련 전담 기관을 설립해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과 달리 대전은 테크노파크내 일개 팀에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것이 평가 점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실 15여년 전만 하더라도 대전은 독립적인 기관 형태의 SW진흥기관을 갖췄었다.

1997년 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문을 열 당시 대전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의 IT 도시로 이미지를 굳혔다. 지역 SW 산업 지원 정책도 다른 도시가 ?아오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고 추진력도 높았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IT포럼을 만들어 대구와 제주 등 다른 지역에 전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일뿐 2001년 정보통신부가 각 지자체로 소프트웨어지원센터 운영을 이관한 이후부터 대전의 SW산업 육성 정책은 점차 희석됐다.

당시 다른 지자체가 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독립적인 SW산업 진흥기관으로 재출범시킨 것과 달리 대전시는 지역내 고주파센터 등을 통합한 대전시첨단산업산업진흥재단에 단 형태로 소프트웨어사업단을 꾸렸다. 이어 2008년 재단을 테크노파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소프트웨어사업단은 독자적인 기능을 갖지 못하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IT 융합산업본부내 소프트웨어융합팀과 소프트웨어품질지원팀으로 대폭 축소됐다.

지난 10여년간 다른 지자체들이 SW 산업 육성 전담기관을 통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낸 것과 달리 대전은 조직이나 인력을 오히려 줄여 정부 정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로부터 독자적으로 예타 사업을 따내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이현태 목원대 교수는 “테크노파크내 일부 팀에서 SW산업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조직이 작다보니 역량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다른 어떤 지역보다 대전에 SW 산업 자원이 많은 만큼 IT융합 등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독자 기능 갖춘 컨트롤타워 만들어야=차기 정부가 ICT·과학기술 기반의 창조경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관련 정책 및 예산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대전시가 정부 정책을 따라가고 달라진 SW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자 기능을 갖춘 조직 설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경부에서조차 지난 연말 대전테크노파크 내에 부설기구로 대전SW융합센터를 설립, 다른 조직과 기능을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한 상황이다.

부설기구 설립안은 인사 및 예산권을 부여하고, 기능적으로 독립 권한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설 기관장 채용 시 지경부 담당과의 승인 절차를 규정화하고, 직원의 타 부서 순환 보직 금지로 SW 육성 부서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송치영 대전시 신성장산업과장은 “일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 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독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SW산업 진흥 조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 각 지자체 취합

자료 : 지경부

1997년 11월/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 개소(구 정통부 산하)

2001년 12월/업무 이관(구 정통부→대전시)

2002년 12월/대전시첨단산업진흥재단 설립으로 SW사업단 설치

2008년 3월/대전테크노파크 전환으로 SW사업단 유지

2012년 3월/ 대전테크노파크 조직개편으로 팀 체제로 축소(소프트웨어융합팀, 소프트웨어품질지원팀)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