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풍력발전기에 스텔스 도료 칠해라"

국방부가 주요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풍력발전기가 레이더를 교란할 수 있어 스텔스 도료 도색 등 대안 마련 없이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선례가 없는 사안으로 향후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 "풍력발전기에 스텔스 도료 칠해라"

12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새만금 풍력시범단지 조성사업을 비롯해 추진 중인 일부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사업에 레이더 교란에 대한 대안마련을 요구했다.

새만금 풍력 시범단지는 2014년까지 2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로 조성된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리 사업 역시 같은 이유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대정리 해상풍력단지는 200㎿규모로 오는 2015년까지 7㎿ 풍력발전기 14기를 설치하는 1차 사업을 앞뒀다.

국방부는 대형 풍력발전기가 인근 지역에 위치한 방공포레이더 등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대안 마련 없이 사업 추진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와 타워가 전파를 반사해 레이더 간섭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해상풍력발전기는 해안에 있고 발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형화하는 추세여서 레이더 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풍력협회에 따르면 세계 해상풍력발전 수요 120GW의 10%가 레이더 간섭 문제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방부는 풍력발전기에 스텔스 도료 도색을 권고했다. 스텔스 도료는 레이더 신호를 90% 이상 흡수해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게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레이더 교란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며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사안이 향후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블레이드(날개)에 도료를 칠하면 무게변화로 균형을 잃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규모 풍력발전단지에 스텔스 도료를 1회 칠할 경우 4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3∼4개월마다 도료작업을 해야 해 매년 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1㎿ 풍력발전기 한대를 세울 경우 25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블레이드에 스텔스 도료를 칠할 경우 주객전도 될 수 있다.

업계관계자는 “수개월마다 도색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단지 조성지역 변경 등이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봉 재료연구소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 박사는 “스텔스 도료는 일종의 철분말로 도포 시 일반도료에 비해 최대 수천 배 두껍게 쌓여 구조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베스타스 등 해외기업은 블레이드 소재를 가공해 전파 흡수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지식경제부 또한 난처해졌다. 환경부의 입지·환경규제와 더불어 국방부의 군사시설 보호논리에 부딪혀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블레이드에 스텔스 도료를 칠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선례가 없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한다”며 “산업육성과 국가안보 논리를 동시에 만족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