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최종공급가 외면한 유지보수비 적용 `논란`

A그룹은 지난해 말 계열사 오라클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요율 평균을 조사해본 후 깜짝 놀랐다. 오라클 SW 유지보수요율인 공급가의 22%가 아닌 26%에 육박하는 유지보수비를 한국오라클에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추가 인력이 투입된 몇몇 부가서비스를 고려하더라도 예상보다 높은 수치다.

오라클은 최근 몇 년간 유지보수요율을 상향 조정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뭘까. 오라클이 라이선스 공급 파트너사의 최종 공급가를 알 수 없어 임의로 유지보수비를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9조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즉 유통망 경쟁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사는 파트너사에 특정 가격을 강요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라이선스 공급사가 10%의 마진을 남겼다고 추정한 뒤 고객사에 22%에 해당하는 유지보수 비용을 받는다. 공급사가 10%의 마진을 남겼다면 문제가 없지만 10% 이하로 마진을 남기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경우에도 오라클은 공급 파트너사가 10% 마진을 남겼다고 판단해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사는 공급가의 22%가 아닌 그 이상의 유지보수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랜 기간 한국오라클 유지보수조직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오라클 유지보수조직에는 `업 투 텐프로(Up to 10%)`라는 그들만의 법칙이 존재한다”며 “공급사 마진이 얼마든 무조건 10%로 추정하기 때문에 A사와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이선스 공급 파트너와 유지보수 조직이 대부분 분리돼 있는 점, 유지보수요율을 리스트 프라이스(정찰가)가 아닌 최종 공급가로 산정한다는 것도 이런 문제점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다른 다국적 기업들은 오라클과 달리 공급가에 준한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SAP는 유지보수와 라이선스 공급 파트너를 별도로 분리하지 않아 공급가에 맞춰 요율을 정한다. MS는 제품 공급가와 관계없이 매 서비스마다 필요한 서비스 수준과 투입 자원 등을 기초로 고객과 협의해 결정한다.

오라클이 매년 전년도 유지보수비의 3%를 올려 받는 것도 유지보수요율 상승의 이유 중 하나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유지보수비가 100만원이었다면 올해는 103만원, 내년엔 103만원의 3%를 추가로 올려 받는다. SAP와 어도비 등 대다수 글로벌 SW기업에는 없는 정책이며 국내 SW기업들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사례는 아예 없다. 오라클만의 정책인 것이다. 오라클 제품을 구매한 기업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수년째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 관계자는 “유지보수요율이 매년 상승해 부담이 크지만 오라클 제품을 대체할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한국오라클은 유지보수요율 산정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오라클 유지보수요율은 세계 어디든 22%를 일괄 적용하고 있으며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A그룹의 경우 극히 드문 경우로 어떤 이유로 유지보수요율이 높게 조사됐는지 확인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