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보 카피시모 클래식은 캡슐을 갈아 끼우면서 원하는 커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캡슐커피머신이다. 에스프레소뿐 아니라 원두커피까지 마음대로 즐길 수 있어 편하다. 물론 편리함 못지 않게 소비전력이나 유지비용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확인해봤다.
◇ 공간절약형 디자인 눈길, 청소도 편하다
커피머신이라고 하면 으레 커피전문점에서 보는 덩치 큰 기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카피시모 클래식은 폭 19cm, 높이는 37cm에 불과하다. 1~2인 가구나 5인 미만 소규모 사무실이나 휴게실에서 쓰기 좋다.
전원과 커피 추출, 스팀 버튼은 본체 위에 가지런히 배치했다. 에스프레소와 카페크레마, 필터 커피 등 3가지 종류에 따라 물의 양과 가하는 압력을 달리한다. 전원을 켜면 버튼 위에 3가지 색상 불빛이 들어와 조작하기 쉽게 알려준다. 버튼 옆에 단 다이얼은 거품을 내기 위한 스팀 양을 조절할 때 쓰인다. 시계방향으로 돌릴수록 거품을 더 많이 낸다.
물탱크는 본체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용량은 1.5리터이고 최저선과 최고선을 나타내는 표시가 있어 넘치지 않게 물을 붓기 쉽다. 물탱크 위에는 덮개를 달아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걸 막는다. 캡슐커피는 은색 레버를 들어올린 다음 캡슐을 넣고 다시 레버를 내려 넣을 수 있다. 캡슐은 한 번에 하나씩 끼울 수 있고 캡슐홀더를 돌려서 빼면 분해해서 청소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등 추출 용량이 적은 커피를 마실 때에는 접힌 받침대를 끌어내리면 된다. 다 마신 뒤에는 다시 접어 넣으면 그만이어서 거추장스럽지 않다. 뜨거운 물이나 스팀을 뽑아내는 노즐도 안쪽으로 돌려서 접어 넣을 수 있다. 물탱크 덮개나 받침대는 떼어내서 청소할 수 있어 위생적이다.
◇ 넉넉한 물탱크, 조작 간편하고 전기요금 적어
카피시모 클래식도 여느 캡슐커피머신처럼 처음 쓰기 전 청소 과정이 필요하다. 물통에 물을 채운 다음 스팀 다이얼을 돌려 뜨거운 물을 조금 받아내면 끝난다. 이 과정은 처음 한 번만 거치면 되지만 3일 이상 쓰지 않았을 때에도 청소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커피 캡슐을 끼우고 나서 컵을 노즐 아래 놓고 에스프레소와 카페크레마, 필터커피 등 종류에 맞는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시작한다. 추출 압력은 커피 종류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알아서 처리해 편리하다.
캡슐커피머신을 고를 때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게 물탱크 용량이다. 캡슐커피머신 용량은 0.7리터에서 1.5리터까지 다양하다. 1인 가구에서 용량 큰 제품을 고른다면 오래된 물로 커피를 마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10명 이상 사무실에서 1리터 미만을 고르면 수시로 물을 보충해야 하는 탓에 번거롭다. 이 제품이 장착한 물탱크 용량은 1.5리터다. 커피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잔 정도는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커피 추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원을 넣으면 예열 과정에서 1분 30초 가량 걸린다. 필터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에는 80초 가량이 걸린다.
또 다른 검증요소는 소비전력이다. 제조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제품은 대기모드에서 1W 미만, 정상모드에선 1,050W를 소비한다. 실제로는 어떨까. 전력량 측정계(HPM-300)로 측정해보니 소비전력은 대기모드에서 0.9W, 최대 소비전력은 1,000W를 오간다. 커피 한 잔을 뽑는 실제 추출 시간이 80여 초로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전력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하루 5잔씩 30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전기요금은 1,480원(3.3kWh) 수준에 불과하다. 7분 이상 쓰지 않으면 저절로 전원을 꺼서 전력 낭비도 덜하다.
◇ 테이크아웃 커피보다 싼 캡슐, 스팀 기능 편리해
커피전문점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원두를 그 자리에서 곱게 간 다음 뜨거운 수증기를 높은 압력으로 통과시켜 커피를 추출한다. 반면 캡슐커피머신은 미리 갈아 놓은 커피 원두를 작은 캡슐에 담은 다음 이를 진공포장해서 쓴다.
이 때문에 직접 원두를 갈아 쓸 수 없는 캡슐커피머신은 캡슐 종류가 다양해야 한다. 올해 2월 현재 국내에서 카피시모 클래식용으로 판매중인 캡슐커피는 모두 14종이다. 덕분에 다양한 산지에서 생산한 커피 캡슐을 골라 쓸 수 있다. 카페인 함량을 줄인 디카페인 캡슐까지 고를 수 있어 선택의 폭은 제법 넓다.
캡슐커피머신을 사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은 캡슐커피 가격이다. 캡슐커피머신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정작 캡슐커피 값이 비싸면 유지비용이 만만찮다.
카피시모 클래식용 캡슐커피 가격은 10개들이 7,500원에서 8,500원 사이. 비싼 한정판은 1만원이다. 평균 8,667원이다. 캡슐커피 하나당 867원 꼴이니 평균 유지비용은 1,000원이 채 안 된다. 커피점문점과 견주면 3분의 1 가격이다. 하루 두 잔씩 커피를 마신다면 필요한 캡슐은 월 60개, 5만 2,000원 가량이다. 오픈마켓에서 6,000원 꼴로 파는 캡슐을 이용한다면 다시 비용은 3만 6,000원대로 떨어진다.
단순히 뜨거운 물로 커피만 뽑아낼 수 있는 다른 제품과 달리 카피시모 클래식은 물이나 우유 거품을 만드는 스팀 기능까지 갖췄다. 에스프레소를 내린 다음 두유나 우유를 부은 작은 주전자에 스팀 노즐을 넣고 맨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우유거품이 생긴다. 이 거품을 부으면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보던 흰 거품을 얹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옆에 달린 다이얼을 돌리면 스팀 대신 뜨거운 물이 나온다. 스팀 기능을 쓰지 않을 때에는 노즐을 밀어 집어넣을 수 있어 공간 활용에도 도움을 준다.
◇ 이버즈 총평 | 約法三章
카피시모 클래식은 일일이 커피 원두를 갈고 커피메이커에 올린 다음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없이 캡슐커피만 바꿔 끼우고 여러 커피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캡슐커피머신이다. 쓰고 나서 남은 커피원두를 일일이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유통기한에 맞춰 커피원두를 사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원두커피를 즐기기 위해 거쳐야 했던 수많은 과정 대신 컵을 놓고, 캡슐을 담은 다음 버튼만 누르는 3단계로 줄인 것이다. 복잡했던 진나라 법을 단 3단계로 줄였다는 약법삼장(約法三章)이라는 말이 그래서 어울린다.
물론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커피믹스에 비할 수 없다. 하지만 커피믹스에 포함된 프림이나 첨가제는 여전히 유해성 논란의 대상이며 칼로리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는 설탕조차 달갑지 않은 존재다. 첨가물 없는 순수한 커피를 전문점보다 경제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면 눈길을 줄 만한 제품이다. 비슷한 가격대에 스팀 기능까지 갖춘 제품을 찾기 드물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