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대란]온라인 유통 "준비 미비, 고객 업무 차질 우려"

분야별 대응 현황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 금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온라인 유통업계에는 여전히 혼란이 일고 있다. 업계는 준비 기간이 촉박해 오는 18일로 예정된 시행일에 정상적인 고객 관련 업무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유통업계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관련 부처 지원이 부족한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본인인증 방법 변경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세부 내용 안내와 관련 업체 간 협의 등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세부 가이드라인을 받고 준비에 들어갔지만 관련 인프라 마련에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시행일을 못 박아놓고 이에 맞춰 알아서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이상적인 본인 인증 수단을 휴대전화번호 인증으로 보고 있다. 고객 이용률이 높아 효율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와 대형 신용 인증대행사의 협상 문제로 준비가 더뎌 도입은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증 횟수 당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이중으로 들어 많게는 기존 금액의 100배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태별 준비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종합쇼핑몰, 오픈마켓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는 주민번호 이용 금지에 앞서 고객 고지 및 시스템 정비작업 중이다. 본인인증을 대체할 수단으로 이번 주말까지 아이핀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준비 중인 아이핀은 보급률이 낮아 고객 불편이 불가피하다. 휴대전화번호 인증도 이동통신사와 대형 인증사 협상에 큰 진전이 없을 경우 제휴가 확정된 중소 인증사와 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소형 인터넷 전문몰은 관련 법 개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업체는 당장 아이핀 등을 도입해 본인 인증 절차를 변경해야하지만 수수료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민번호 수집 금지 시행 여부를 인지하지 못한 중소업체도 다수인 상황이다.

인터넷 전문몰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운영이 어려운 전문몰이 많은데 여기에 법 개정으로 인한 관련 인프라 구축과 본인인증 수수료 등 지출이 가중돼 부담”이라며 “기간 내 준비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법 개정에 따른 지원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할 정부가 그 동안 너무 손 놓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