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단지 연구동 12층에 자리한 `OLED 제품 신뢰성실`. 30여명 연구원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LG전자가 OLED TV 배송을 조만간 시작한다고 하니, 이제 곧 소비자의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다. 신뢰성실 연구원들의 땀이 결실로 맺어지는 순간이다.
OLED TV 세계 최초 출시는 큰 의미를 갖는다. 개발과 출시는 엄연히 다르다. 대중 앞에 55인치 OLED TV를 공개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지만, 당장 상업화할 수준은 아니었다. 소비자가 사용할 제품으로서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한 탓이다. 생산원가, 즉 수율 때문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신뢰성이 먼저다. 검증 없이 제품을 내놓으면 이는 곧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진다. 시장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품 신뢰성실`이 지난 10개월간 이룬 성과는 `신뢰성`, 바로 이것이다.
신뢰성실은 OLED TV에서 어떤 특성이 나와야 하는지 개발 기준을 만들고 평가 방법을 개발한다. 기술개발 및 양산 기술 조직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이다.
신뢰성실이 문을 연 지난해 3월(당시 이름은 OLED TV 신뢰성팀)만 해도 OLED TV 초기 개발 제품 수명은 1000시간도 채 안됐다. 하루 5시간을 시청한다면 6~7개월 후에 수명이 다한다는 뜻이다. TV에서 수명은 밝기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시점으로 계산한다. 보통 TV 수명은 2~3만 시간은 보장돼야 한다.
그동안 온갖 고충을 겪어야 했다. 산화물(옥사이드) TFT를 만드는 조건을 수도 없이 바꿔봤다. 휴일도 반납한 채 일했다. 그러던 7월 어느 날 방법을 찾아냈다. 김홍규 신뢰성실장(연구위원)은 “당시까지만 해도 옥사이드 TFT로는 도저히 수명을 보장할 수 없어 고민했다”며 “7월 쯤 관련 부서에서 1000시간에서 1만시간으로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개발하고 환호성을 질렀다”고 회상했다.
신났다. 9월이 되자 일부 패널에서 3만시간까지 구현했다. 옥사이드 TFT를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데다 하나의 픽셀에 WRGB(백적녹청) 4개의 서브 픽셀을 넣어 픽셀의 사용률을 최소화했다. 원래 흰색은 RGB의 결합으로 나오지만, 이 구조에서는 흰색이 필요할 때 흰색 서브픽셀만 밝히면 된다. 청색 소자의 수명이 문제가 되더라도 사용률을 낮춰 전체 수명을 늘린 것이다. 이 정도면 TV로 내놓을 만 했다. 신뢰성실 연구원들은 “일반 소비자가 약 10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 없는 수준에서는 대형 OLED TV로 세계 최초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전력 소모를 낮추기 위해 발광층도 RGB(적녹청) 세 개 층이 아닌 두 개 층을 사용했다. 발열 문제는 구리 배선으로 해결했다. 구리는 저항이 낮아 발생하는 열이 적다. 발광소자를 수분과 가스로부터 보호하는 봉지는 대형 패널 전체를 실링하는 SPE(Solid Phase Encapsulation) 기술을 적용했다.
신뢰성실이 55인치 OLED 패널을 무사히 제품화 단계까지 끌어올렸지만, 아직도 할 일은 많다. OLED TV에 걸맞는 신뢰성 기준을 모두 새롭게 세워야 한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인력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김 실장은 “신뢰성실만이 아니라 OLED TV 개발에 참여한 수백명 연구원 전체의 노력”이라고 역설했다.
파주=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