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를 놓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전달됐다. 늦잠을 잔 나의 상황을 파악한 항공시스템이 평소 움직임과 공항까지의 거리, 소요 시간을 분석해 제공한 정보다. 그리고는 다음 비행기를 예약할지 물어본다. 도착 시간을 연산한 후 도착지 레스토랑 프로그램과 연결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조정한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알아서 찾아주는` 도구로 변한다. 스스로 계산까지 마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답을 콕 집어주는 것. 우리가 꿈꾸는 인터넷의 모습이다. 과연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한다. 우리의 뇌가 인터넷에 그만큼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봤다. 우리는 디지털 전화번호부 덕분에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않게 됐다. 모르는 길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준다. 생소한 단어는 인터넷 검색서비스에 물어 본다. 모바일까지 영토를 확장해 손안에 쥐어진 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디스토피아일까.
우리의 뇌는 완전하지 않다. 스스로를 속이거나 편집해 정확하지 않은 기억과 판단력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생성하는 빅데이터에 근거해 나조차 몰랐던 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양날의 칼이다.
인간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고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을 우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링크` 같은 생소하고 설익은 기술이 결합되고 검색 기술이 발전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990년대부터 인터넷의 성장을 지켜본 저자는 기업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인터넷의 역사를 한 편의 소설처럼 엮었다.
구글·MS·IBM·아마존 등 대표적인 IT기업이 목적을 갖고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의 알을 깨 독점적 지위까지 얻어온 그간의 과정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이 국가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분석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지도 예상해 유용한 깨달음을 준다.
이미 인공지능과 결합된 검색의 가능성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꼭 맞춰 가공해 보여주고, 사용자 자신을 더 많이 파악해 일상의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율 검색`이라 불리는 똑똑한 검색 기술의 발전이 뇌를 보완할 시대가 머지않았다.
저자는 사이버 공간의 그늘도 함께 지적했다. 해커는 악성 코드를 심은 루머를 퍼뜨려 사용자 PC를 감염시키고 개인정보를 빼낸다. 몇몇 플랫폼과 서비스에 대한 쏠림 현상은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상업적으로 포장된 빅데이터는 실(實)도 많지만 상당한 허(虛)도 갖고 있다. 희망적으로 보이는 집단지성은 여전히 전문가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제도와 문화적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 책은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아닌 복잡다단한 인터넷 세상의 여러 면을 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 1000권 이상의 전문서적을 독파한 저자는 과장되지 않은 언어로 인터넷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켰다. 마치 인터넷의 앞과 뒤, 좌와 우를 보고 난 느낌이다.
조중혁 지음. 에이콘출판사 펴냄. 1만98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