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논란에 멍드는 국내 태양광업계

국내 태양광업계가 덤핑물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황 장기화로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붕괴도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한번 떨어진 시장가격은 상승이 어려운 만큼 제살깎기식 경쟁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남 고흥군 거금도에 조성되는 `거금 솔라 테마파크`사업을 두고 태양광모듈 덤핑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거금도에 25㎿규모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는 태양광발전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대응이 목적이다. 상징적인 사업이지만 최근 태양광모듈 구매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주관사인 거금솔라파크는 태양광 모듈 공급 업체로 중국 `T`사를 최근 수위계약을 통해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T사의 제품 공급 가격이 사실상 덤핑으로 제조업체간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T사는 와트(W)당 약 0.5∼0.6달러에 모듈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광 제품 가격 하락에도 국내 시장 모듈 가격은 약 0.8∼0.9달러 선을 유지한다. 이를 감안하면 약 40% 이상 제품 가격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T사가 다결정 제품으로 원가를 낮췄다 해도 시장은 상식적인 가격으로 보지 않는다”며 “관급사업은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해 WTO 정부조달협정국이 아닌 중국 저가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등 보호장치가 있지만 민간사업은 특별한 대응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거금솔라파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참여 기업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모듈 구입비용으로만 약 100억원 이상의 투자비를 절감했다”며 “계약에 있어 절차상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제품가격을 둘러싼 덤핑논란은 불황이 정점에 달한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사업에서 제품 가격을 두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중국 S·T사와 국내 대기업 H사 등은 최근 W당 0.6달러선 아래에서 제품을 공급하면서 경쟁기업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제품 가격의 비정상적인 하락이 도리어 태양광사업의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발전사 관계사는 “대다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RPS사업 대응을 위해 추진되는데 비정상적인 제품가격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일시적인 투자비절감효과는 유도할 수 있지만 이것이 하나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사업자들이 비정상적인 저가 제품 사용을 통한 투자비 절감에 주력하면 제조업계 붕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가격 폭락이라는 유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진수 태양광발전학회 회장은 “기업마다 원가 구조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특정국가, 기업제품을 덤핑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RPS 등 신재생에너지 제도가 국내 태양광산업 활성화에 뜻을 두고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 선정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