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외에 다른 모바일 운용체계(OS)들은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타이젠은 이 양대 OS와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애플 인사이더가 지적했다.

14일(현지시각) 애플인사이더는 삼성 타이젠OS 탑재 단말기에 대해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가 오랫동안 장악해온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삼성전자가 자체 OS로 큰 발걸음을 뗄 준비를 하고 있으며 다른 모바일 OS들이 실패해온 이 시장에 진정으로 격변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OS”라는 것이다.
삼성 타이젠은 인텔과 삼성전자의 공동 개발의 산출물로, 리눅스 커널, 인라인먼트 파운데이션 라이브러리, 웹킷 런타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내 스마트 어플라이언스, TV까지 다채로운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지원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보단말기/가전은 이미 삼성전자가 제품을 출시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인텔 입장에서 타이젠은 `미고`의 대안이다. 인텔과 노키아는 모바일 플랫폼 미고를 공동 개발했지만 지난 2010년 초 노키아가 모바일 플랫폼으로 MS 윈도에 주력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애플 인사이더는 “올 1월 삼성전자는 타이젠 기반 단말기 생산을 공인했으며 첫 제품은 `시장 상황을 봐서`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같은 결정은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에 대한 응답이라고 지적했다. 구글로부터 OS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구글의 단말기 하드웨어 제조사 인수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이젠은 구글의 친모토로라 정책에 대비한 보험이자, 구글이 균등한 개방 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견제책 역할을 하게 된다. 구글 입장에서도 지금껏 가장 많은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판매하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하이엔드 슈퍼폰의 입지로 끌어올렸으며, 궁극적으로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저변 확대의 일등공신인 삼성전자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대외적으로는 모토로라 역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 스마트폰을 모토로라와 개발하고 있다. 일명 `X폰`이 그것으로, 모토로라에게는 회생의 기회가 되지만 구글은 애플뿐 아니라 현재의 톱 파트너인 삼성전자와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또 타이젠은 삼성전자에게 애플에 대한 두 번째 도전이 된다. 삼성전자는 단말기 하드웨어로는 이미 애플 아이폰을 넘어섰다. 그러나 모바일 소프트웨어, 생태계 차원에서는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없다.
최근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10년간 애플이 이룩한 성과를 설명하며 “애플은 독특하며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자신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그리고 서비스에까지 두루 스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인사이더는 “삼성전자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애플의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한 해외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에 콘텐츠, 모바일 생태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모바일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말기뿐 아니라 사용자의 고품질 모바일 경험을 확대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애플 인사이더는 “사용자의 고품질 모바일 경험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혼합될 때 가능하며, 삼성전자는 특히 모바일 비즈니스의 미래 수익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를 위해 최근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스타트업 개발자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목표는 물론 삼성전자의 플랫폼에 가치를 더하고 다른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사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애플 인사이더는 “이러한 이니셔티브에 타이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처럼 개발자들이 타이젠용 앱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앱을 타이젠에서 구동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계층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카날리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10대 중 9대가 안드로이드 혹은 iOS다. 약 7%의 시장을 놓고 심비안, 윈도폰, 블랙베리가 다투고 있다. 여기에 현재 개발 중인 파이어폭스OS, 졸라, 우분투 등이 몇 년 내에 합세할 예정이다.
애플 인사이더는 “많은 뉴비들 중에 세 번째 OS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은 것은 타이젠”이라며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투입해온 모바일 마케팅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타이젠을 위해 기꺼이 쏟아부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