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부장 타이틀을 단 천진혁 웹케시 IT컨설팅부장은 올해부터 개발자의 바람직한 경력경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컨설턴트의 길을 걷게 됐다. 2000년 병역특례로 웹케시에 입사한 후 13년만의 일이다.
최근 2년간 제품개발팀장을 맡다가 관리자 단계에 올라섰지만 개발자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산림자원학 전공으로 비 IT전공자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일해 왔기 때문이다.
천 부장은 인터넷이 확산되던 1990년대 말 HTML, 자바, JSP 등을 독학했다. 웹 사이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웹케시에서 연락이 오면서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역특례로 일하던 3년 동안 금융IT를 체계적으로 배웠다. 자바가 확산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기존 C언어 전문가들도 새롭게 자바를 공부했다. 남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셈이다.
천 부장은 “전공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자기들만의 언어와 연결고리가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 콤플렉스가 있었다”며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일했고 자만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역특례를 마칠 즈음 다시 웹케시에 입사하기로 결심했다. 대리, 과장을 거쳐 차장이 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사원 때부터 가급적이면 시스템관리(SM) 업무는 맡지 않으려 애섰다. SM은 배울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가 끝나면 연이어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도록 어필했다.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개발자 역량을 평가할 때 `한 달에 프로그램 몇 본을 짜는지` 등 양적인 면만 보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SW) 개발은 예술적 행위이고 결과물에는 개발자의 영혼이 깃들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를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천 부장은 “SW 개발을 단순노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사라져야만 결과물의 품질도 좋아진다”며 “프로그램 본수로 개발자 역량을 평가하게 되면 개발자는 고급 기술을 익히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될 때가 더 많다. 본인이 만든 상품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가 그런 때다. 천 부장이 개발에 참여한 젝스 프레임워크는 금융권에서 폭넓게 팔려나갔다. 너무 많이 팔려 관리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천 부장은 지난해 말 대표 면담을 통해 컨설턴트의 길을 택했다. 실무와 동떨어진 기존 컨설팅이 아닌 자신의 개발자 노하우와 경험을 접목한 실질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천 부장은 “개발자는 본인 적성에 맞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본인이 재미를 느끼고 끊임없이 과제를 완수하다 보면 반드시 성공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개발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두 개 언어는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흥미를 느껴야 한다”며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DB, HTML, 웹애플리케이션서버, 보안 등 여러 분야 지식을 습득해야만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