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체계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는 데 적용사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 존폐가 결정되는 전장의 무기체계에 검증이 안 된 SW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두 말은 최근 국방SW를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지식경제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가 각각 강연을 통해 한 말이다. 두 관계자의 말을 따로 들으면 모두 맞는 말이다. 99% 가까이 외산에 의존하는 무기체계 SW를 국산화 했는데, 이를 군이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공급처가 군 한 곳뿐인데 군이 적용사례를 요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방사청 관계자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고, 국가의 존폐를 결정짓는 전쟁터 무기체계에 검증도 안 된 SW를 도입할 수는 없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무기체계 SW 국산화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씹을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분명 외산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적용할 수도 없다. 검증을 위한 테스트도 쉽지 않다. SW를 검증하기 위해 한발에 20억원씩 하는 미사일을 쏴 볼 수는 없다. 전투기 SW를 검증하기 위해 민간에게 전투기를 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SW역량을 갖춘 전문 검증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민군 합동 무기체계SW연구소가 하나의 방안이다. 연구소를 통해 무기체계SW의 국산화 추진계획과 검증을 수행하도록 하면 된다.
또 하나는 시뮬레이터 개발이다. 실제 전투기나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SW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갖추는 것이다. 시뮬레이터는 방위산업체를 비롯해 국방 정보체계 구축 경험이 있는 IT서비스기업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방사청 지원을 받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