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류의 미래는 도시에 있다. 우리나라도 도시화가 거의 마무리돼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세계적으로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뉴욕시만한 대도시들이 매년 7개씩 늘어나고 있다. 오는 2050년이면 세계 도시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도시화는 수많은 문제를 낳기도 하지만 인구유입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도시에는 큰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도시라면 장기적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끌 수 있는 기술과 창의성,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혁신적이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도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세계 각국 여러 도시들은 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역량 있는 행정가들은 단순히 대규모 노동력을 확보하기보다는 혁신성을 갖춘 고급 인력들과 기술 집약적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공공서비스 시스템을 창조하는 데 투자를 집중한다.
IBM은 도시에서 일종의 `관제센터`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지능형운영센터(IOC)`로 물 수요, 도로 정체, 전력사용량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활용, 도시 전체의 수요들에 적절하고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IBM은 지난 3년간 세계 여러 도시에서 2000여건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중요한 교훈을 체득했다. 고급인력을 유치하려면 교통정체를 해결하고 범죄나 긴급사태에 보다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치안과 공공안전체제를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 교육과 직업훈련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중심적인 의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고도성장으로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뤘다. 주요 도시들이 비교적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지만 저마다 다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재개발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오래된 도심도 효과적인 재생으로 신도시와 조화를 이룰 주체로 재조명되고 있다.
도시들이 문제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각 도시 고유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IBM이 세계 도시들의 현안 해결을 지원하는 `IBM 스마터 시티 챌린지` 프로그램에 청주가 효율적 대중교통시스템 구축 과제를, 제주가 국제도시 제주의 글로벌 브랜드마케팅 과제를 각각 제출해 지원대상도시로 선정되는 성공을 거뒀다.
둘째로 필요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있어 외형상 전시효과에 미혹되지 말고 기존 인프라 재생과 여러 인프라들의 조화, 시너지 창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GDP를 최고 4%나 빼앗는 교통혼잡의 경우를 살펴보자. 교통상황 예측을 가능케 해 주는 분석시스템과 센서 네트워크, 실시간 경고체제는 도심의 교통효율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도시가 보유한 인력 수준은 치안과 공공안전체제의 수준과 직결된다. 경찰과 소방방재기관, 기타 긴급사태 대응기관들 간의 정보교환을 지원하는 중앙집중시스템은 유사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화재나 범죄 등 사고패턴을 파악해 예방함으로써 실제 사고 발생을 줄여준다.
도시의 미래는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즉 정책결정권자들을 비롯한 지역사회 전체에 달려 있다. 유능한 인재야말로 도시가 끌어올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향후 10년간 국경을 넘는 고학력 이주민들의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굳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두뇌유출의 현실을 통계수치로 살펴보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통체증, 범죄 급증, 빈발하는 안전사고야말로 이 같은 도시 시스템 개선을 바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 않은가.
소윤창 한국IBM 상무 ycso@kr.ib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