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노동조합 같은 활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사회 지도층이며 경영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체를 만들어 경영을 반대하는 건 대학교수가 할 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는 22일 퇴임을 앞둔 서남표 KAIST 총장이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미국 보스턴대학에서도 교수와 갈등이 일어나자 법으로 `교수노조`를 금지했다는 예도 들었다.
“나도 평생 교수를 했지만, 그런 곳(이익단체)에 속해본 적이 없습니다. 교수 자체가 교육자며 사회 지도층인데 할 말 있으면 하면 되지 않습니까. 소통도 다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속내를 털어 놨지만, 교수진과 시각차가 워낙 큰 탓인지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서 총장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교수협의회와 갈등을 빚던 특허 관련 고소건을 지난 14일 모두 취하했다. `고소`문화가 사라졌으면 하는 뜻도 담았다.
서 총장은 학생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대학이 30~40년 먹고살 것을 가르치기보다 논리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정하고, 푸는 역량을 키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요즘 취업 때문에 의과대학을 선호하는데, 젊은이들은 그래선 안 됩니다. 수백, 수십만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큰 꿈`을 가져야 합니다. 젊었을 땐 긍지와 포부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합니다.”
그에게 가장 아쉽고 가슴 아팠던 일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밤새 생각하고 또 했습니다. 결론은 복잡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류의 당면 문제기도 합니다. 아직 완전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서 총장은 이스라엘 테크니온대의 학생협력 문화를 벤치마킹해 학생 6명씩 묶어 교육하는 `에듀케이션 3.0`을 도입했다. 함께 문제를 풀고 교육하다 보면 자연스레 외톨이나 따돌림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일종의 집단 교육법인 셈이다.
KAIST에 문화가 없다는 지적도 했다. 유명 대학일수록 세계적인 사람 중심으로 나름 문화가 있는데, 그런 게 안 보인다는 얘기다. KAIST 고유문화가 안착되기까지는 앞으로 5~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임 논란에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만약 2년 6개월 전 그냥 퇴임했더라면 세계 10대 유망기술에 오른 무선충전전기자동차(OLEV) 등이 나올 수 있었겠냐는 얘기다. 서 총장은 “2009년부터 사기꾼 얘기를 들어가며 지원했는데, 그때 그만뒀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다 죽었을 것”이라며 “총장을 흔들면 나간다는 전례를 절대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떠나면 KAIST 근처에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싫어서가 아니라 전에 있던 사람이 대학을 들여다보며 `옛날엔 이랬는데` 식의 얘기나 하면 후임들이 부담스러워 소신껏 일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조언을 구한다면 그에는 언제든 응할 것입니다.”
서 총장은 오는 23일 오전 10시면 지난 6년 7개월간 들었던 `개혁과 독단`이란 단어를 끌어안고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오른다. 그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지나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