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연성회로기판(FPCB) 강자 일본 위협

우리나라가 세계 연성회로기판(FPCB) 최강국인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한 때 이류 FPCB 제조국으로 꼽혔던 우리나라는 대만을 따돌리고, 일본이 독점한 고부가 FPCB 시장에도 진입했다.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미세 회로 기술을 확보했고, 자본도 축적한 덕분이다. 올해도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 성장세가 지속돼 국내 FPCB 산업 경쟁력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FPCB 시장 규모는 1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FPCB 시장에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비중은 39%를 차지했다. 오는 2015년에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비중이 52%로 높아질 전망이다.

피처폰에는 3~6개의 FPCB가 사용됐지만, 스마트폰에는 9~12개가량이 쓰인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가 FPCB 수요를 견인하는 이유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수혜는 국내 FPCB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FPCB 협력사들이 수혜를 톡톡히 봤다.

애플마저 최근 한국산 FPCB 구입량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니폰맥트론·후지쿠라 등 일본 업체로부터 FPCB를 조달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태국 홍수 사태로 일본 FPCB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물량을 대거 확보했다.

인터플렉스·플렉스컴·뉴프렉스 등 국내 주요 FPCB 업체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50~90%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인터플렉스·플렉스컴·대덕GDS 등 주요 FPCB 7개사 총 생산 능력은 지난해보다 2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대만 FPCB 업체들이 올해 생산 능력을 작년보다 소폭 늘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업체들은 잇따라 FPCB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지만,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생산량을 대폭 늘린 데다 디지타이저 등 신규 FPCB 수요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생산 목표를 전년 대비 75% 증가한 3억5000만대로 잡았다. 총 휴대폰 생산 목표는 5억대를 넘어선다. 애플 아이패드·삼성전자 갤럭시탭 생산수량이 늘어난 데다 아마존 킨들파이어 등 저가 스마트패드 시장도 활황이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에 펜 기술이 확산되면서 디지타이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FPCB업체들은 품질·납기 부문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생산능력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실현한다면 일본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