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첨가제 포장 규격이 다양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첨가제 제조사들이 자동차 연료탱크 용량을 무시한 채 소비자들에게 과다한 제품 사용을 강요한다는 것. 사람들이 단순히 기름을 가득 넣으면서 첨가제 한 통을 넣는 걸로 인식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8일 첨가제 제조사들에 따르면 대부분 연료량 65ℓ쯤을 기준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반면 포장 용량은 제품 별로 한 가지씩이다. 또한 쓰고 남은 첨가제를 보관하는 것도 골칫거리로 꼽힌다. 따라서 차급에 맞는 다양한 용기가 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시중에 출시된 제품을 살펴봤다. 기름 1ℓ 당 사용비율이 6㎖인 A 제품의 경우 300㎖의 용량으로 출시됐고, 현대 그랜저TG는 연료통 용량이 75ℓ다. 규정된 사용량에 맞추려면 A제품은 150㎖를 더 넣어야 한다. 한 개를 더 산 다음 절반을 넣어야 하는 셈이다.
반대로 연료통이 작은 경우는 어떨까. 1ℓ 당 사용비율이 7.14㎖인 B 제품 용량은 500㎖다. 현대 아반떼MD(연료탱크 용량 48ℓ)엔 342.7㎖만 넣으면 된다. 결국 157.3㎖가 남는다. C제품의 경우 고농축임을 강조하며 연료 70ℓ에 한 통(145㎖)을 넣길 권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반떼를 비롯한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연료통이 작은 차들은 다 넣을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 첨가제 제조사들은 “표준사용량보다 더 넣더라도 차엔 문제가 없다”고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현대모비스에 i3000+ 제품을 납품 중인 카렉스 측은 “주로 오래된 차를 모는 운전자들이 연료첨가제를 넣는 걸로 안다”면서 “권장사용량보다 조금 더 써서 더 큰 효과를 보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스원샷 제조사인 불스원도 입장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표준사용량 대비 두 배 농도에서의 테스트를 거쳤고, 사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꾸준히 사용하기에 더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 평소 연료첨가제를 자주 넣는다는 이 모(43, 자영업)씨는 “엔진 소음, 진동이 약간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꾸준히 넣는다”며 “굳이 표준사용량보다 더 넣지 않아도 되지만 남은 걸 따로 보관하기가 애매해 다 넣고 있는데 솔직히 아깝다”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또 다른 운전자 박 모(34, 회사원)씨도 “남은 걸 보관하다가 쏟아져 버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첨가제 제조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첨가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용기를 여러 가지로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나눠 쓸 수 있도록 눈금을 넣는 등 나름 자구책을 보여왔다고 해명했다.
애프터마켓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료첨가제 시장은 특정 업체에 쏠림현상이 심하다. 또한 이런 시장 구조가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연료첨가제 시장 점유율은 불스원이 95% 이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외산을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국내 업체도 규모가 크지 않아 손익을 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전했다. 결국 업체들이 다양한 용량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기업의 본질적 목표는 이윤추구지만, 그것이 업체들의 면죄부가 될 순 없다. 한국산업마케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애프터마켓 시장은 이미 9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완성차 시장이 커지면서 애프터마켓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권익도 함께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편, 이번 취재와 관련, 불스원으로부터 뒤늦게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계 선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방향으로 신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소형차 전용 제품 출시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