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가나다순)
길이훈 티움솔루션즈 대표
김경섭 경기도 과학기술과 기술협력팀장
김희철 애니모드 부사장
윤 열 하이소닉 상무
※사회=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일자 및 장소
2013년 2월 15일 성균관대학교 자연캠퍼스 제1종합연구동
스마트 프로덕트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란 점에서 관심이 높다. 제조 기술과 소프트웨어(SW), 서비스를 결합한 스마트 프로덕트는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 시장단계로 절대 강자가 없다. 스마트 프로덕트 경쟁력을 좌우하는 제조와 SW, 서비스는 모두 우리가 잘하는 분야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할 수 있다. 일반인에 아직 생소한 스마트프로덕트가 국부를 창출하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를 각계 전문가들과 짚어 봤다.
△최재붕 교수(이하 사회)= 스마트 프로덕트는 우리나라가 처음 만든 용어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스마트 프로덕트가 무엇인지 또 국내외 시장 현황은 어떤지 이야기 해 보자.
△김희철 부사장(이하 김 부사장)= 이제 씨앗을 뿌리는 단계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우리는 스마트기기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하는 유통업체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 중 90% 이상이 한국산이다. 우리는 유통업체지만 금형 등 중소기업의 제조를 지원한다. 우리나라가 제조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액세서리만으로는 안 된다.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가격이 낮은데다 카피(복제)도 금방 해낸다. 이 때문에 디바이스에 도움이 되는, 그런 액세서리를 개발하고 판매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이 일종이어서 주목된다.
△사회= 스마트 프로덕트와 비슷한 말로 앱세서리(App+Accessory)라는 것이 있다. 앱과 액세서리를 합친 말이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일종의 기능성 액세서리다. 스마트폰과 앱을 활용한 새로운 디바이스다. 지금은 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지만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여러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러닝머신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 러닝머신은 달린 거리만 보여준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다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 연결하면 다양한 고부가가치 기능을 낼 수 있다. 이를 하기에는 우리나라가 가장 적합하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 제조력이 뛰어나고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윤열 상무(이하 윤 상무)= 우리도 처음에는 이말이 생소했다. 우리는 4개월 전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스마트 프로덕트를 개발했다. 이달 말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선보인다. 스마트 프로덕트의 기능을 높이려면 우리 같은 부품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 회사 본업은 액추에이터라는 부품이지만 이를 스마트 프로덕트에 적용하면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새로운 기기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길이훈 대표(이하 길 대표)= 용어는 계속 변한다.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큼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관련한 국내외 시장이 매년 폭증하고 있다. 스마트 프로덕트나 액세서리는 대기업 시장이 아니다. 중소기업 시장이다. 시장흐름이 빠르다. 적시에 제품을 내놔야 하는 타임 투 마켓이다. 제품 기획 및 출시 등 모든 면에서 빨라야한다. 또 스마트 프로덕트는 디자인이 중요한 데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디자인 실력은 뛰어나다. 유통력이 약한 것은 아쉽다.
△김경섭 팀장(이하 김 팀장)= 스마트 프로덕트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흥분된다. 경기도가 이를 대폭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국내 최고의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 관련 기업도 가장 많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업에 계속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도는 스마트 프로덕트 같은 신기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사회= 그동안 우리는 패스트팔로 전략으로 경제를 이 만큼 성장시켰다. 앞으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우리나라를 퍼스트 무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높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이야기 나눠보자.
△길 대표= 우리나라 경제는 70~80년대 제조업에 투자해 성장했다. 2000년대는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주력했다. 모두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것들이다. 앞으로 중국 때문에 이런 것으로는 안 된다. 트렌드가 바뀌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다. 정보가 엄청나게 빨리 유통된다. 트렌드가 대기업과 유통망에 의해 결정된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아직 세계적으로 초기 시장이다. 나이키와 조본, 벨킨 같은 회사가 제품을 내놨지만 아직 초보 단계다. 우리나라가 만든 스마트 프로덕트는 이들 제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앞서 나간 느낌이 있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반보만 앞서야 한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에 가보니 중국 업체들이 엄청 나와 있더라. 이제는 초고부가가치 기능으로 승부해야 한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중국이 따라 올 수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김 부사장= 스마트 프로덕트가 우리 여건과 잘 맞고, 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은 맞다. 문제는 어떻게 세계 제일 제품으로 만들어 파느냐다. 각자 잘 하는 회사들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 한다. 디자인이 좋은 회사, 잘 파는 기업, 기획력이 좋은 업체, 제조를 잘 하는 기업 등이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이들이 합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트렌드에 약하다. 이 점을 정부가 보완해줘야 한다.
△사회= 우리는 스마트 프로덕트를 하기에 정말 좋은 엘리먼트(인프라)를 갖고 있다. 우선 중소제조기업의 기술이 뛰어나다. 앱도 엄청 잘 만든다. 디자인도 우수하다. 이런 나라가 없다. 이 분야에서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기존 제품처럼 무엇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우리 경제에 없는 새로운 것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출 1조원이 새로 생기고, 개발자와 판매원 등 대규모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이런 먹거리가 없다. 아쉽다면 아직 인프라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김 팀장= 스마트 프로덕트는 국가적으로 퍼스트 무버인 동시에 지자체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지자체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가 추진하는 스마트 프로덕트 사업화 단체인 스마디(Smardi)에 참여하는 기업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혜택 받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만 해도 최신 트렌드를 모르는 곳이 너무 많다. 스마트 프로덕트 같은 새 조류에 편승해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데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런 여력이 아직 없다. 그래서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는 스마트 프로덕트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기업과 관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3~4월에 서비스산업과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사회= 우리나라의 스마트 프로덕트 기술 및 제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점수를 매기면 몇 점 정도나 될까.
△김 부사장= 스마트 기술 수준은 IT기기와 분야 마다 다르다. 카테고리가 다르다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SW와 연계한 앱세서리는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열린 CES 등 국제전시장에 가면 놀랄 때가 많다. 생각 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우 빠르다. 중국은 우리보다 느리지만 금방 카피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100점 만점에 80~90점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유지하면서 100점으로 가야한다. 시장이 급변해 잘못하면 50점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길 대표= 현재 몇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CES에서 한 프린터 매장에 가보니 한국인이 사장이더라. 그는 자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무에게나 유통권을 주지 않겠다고 하더라. 내가 보기엔 그 제품은 대단하지 않았다. 미국 특성에 맞춰 제작해 너무 크고 무거웠다. 기능도 돋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히지 않을 제품이었다. 독일 제품도 튼튼하지만 기능은 별로다. 그만큼 우리나라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이다. 세일즈와 마케팅은 중간 정도다. 단지 원가 경쟁력은 조금 밀린다.
△사회= 스마디 사업단을 직접 이끌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먼저 스마트 프로덕트가 기술 자체로만 보면 상위 기술이 아닌 중간(미들) 기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독창적이고 뛰어나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SW와 디자인은 우리가 우수하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 글로벌 유통망을 보완하고 제품에 이야기(스토리)를 입히는 등의 마케팅과 세일즈는 더 보완해야 한다. 미국에서 히트하는 `고프로`라는 스마트 프로덕트가 있다. 기능만 비교하면 저가 중국산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중국산을 쳐다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마케팅과 스토리 때문이다. 고프로를 광고한 30분짜리 비디오가 있는데, 이걸 본 사람들은 그 제품 아니면 사지 않는다. 이런 걸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지금 생소하지만 일부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다. 이 자리에는 실제 스마트프로덕트를 비즈니스 하는 기업인들도 나와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스마트 프로덕트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길 대표=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너무 앞서 간 면이 있다. 시장보다 반보만 앞서가야 하는데 한보 이상 앞서갔다. 그래선 성공하기 힘들다. 또 스마트 프로덕트는 B2C가 아닌 B2B 시장으로 봐야 한다. B2B는 구체적이고 니즈를 잘 알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 중소 제조기업이 열악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얼마전 두바이에서 기업을 하는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먹을 수 있는 물 인지를 알려주는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중동 지역이 물이 귀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소 제조기업에게 떨어진다. 이런 부분은 대기업과 정부가 보완해줘야 한다.
△사회= 길 대표 말에 동의한다. 스마트폰이 너무 다양해 이것에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은 애플 스마트폰에 비해 모델 수가 너무 많다. 또 하나는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디자인과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김 부사장= 우리는 늘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최근에는 NFC(근거리무선통신) 케이스와 거울 케이스를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음악을 내려 받아 자기가 편곡한다. 이런 쪽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이 불편한 점도 있는데 이런 소비자 니즈를 얼마나 해결하느냐에 따라 성장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전력을 적게 쓰는 제품도 각광받을 거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사회= 애플의 예에서 보듯 스마트 프로덕트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되려면 생태계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마지막으로 이야기 해보자.
△길 대표= 중앙과 기관이 시행하는 사업의 문제 중 하나가 결과다. 결과가 나와야 하고 좋아야 한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퍼스트 무버성 제품이다. 누구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불성설이다. 평가하는 잣대와 방법을 바꿔야 한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일종의 `블라인드 베팅`일 수밖에 없다. 좋은 결과만 바란다면 난센스다. 물론 헛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김 부사장= 모든 것에는 멘토가 있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마다 잘하는 기업이 나와야 하고 이를 본받아야 한다. 검증된 곳을 모아 협력하고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무작정 지원은 곤란하다. 이는 한두달만에 되는 게 아니다. 1, 2년이 걸릴 수 있다. 스마트 프로덕트는 이제 1기에 불과하다.
△윤 상무= 스마트 프로덕트는 이제 출발선상에 서 있다. 꽃 피우는 과정 중 수혜를 받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이들 수혜 기업이 투자하고 그림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선순환을 이루면 투자도 성장도 이어진다. 중소기업이 같이 사용하는 공동 브랜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팀장= 스마디사업은 내년이면 마무리 된다. 그러고 나면 같이 참여한 기업들이 갈 데가 없다.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인데 꽃 피울 무언가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임을 감안해 경기도는 앞으로 스마트 프로덕트와 관련된 산업과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 지를 충분히 검토해 반영하겠다.
△사회= 스마디사업단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정부에 제안한 것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 프로덕트가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 미래 먹거리가 되려면 필수적이다. 애플이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앱스토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나온 이야기가 생태계다. 우리도 앱스토어 같은 생태계를 스마트 프로덕트에서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점차 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기획부터 설계, 제조, 판매 등 모든 것을 한 번에 처리하는 대형 센터를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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