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었다. 저금리 기조, 증시 부진, 부동산 침체 등으로 길을 잃었다. 세계 경기회복 전망 역시 뚜렷하지 않아 새 정부 들어 기업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단기성 부동자금은 총 66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현금 44조1738억원, 요구불예금 112조677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13조1598억원, 머니마켓펀드(MMF) 45조7635억원, 양도성예금증서 20조3372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6조2036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6조9287억원 등의 단기성 자금이 579조2436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70조440억원)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17조750억원)을 합하면 시중에 대기 중인 단기 부동자금이 총 666조3626억원에 이른다.
단기 부동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말 540조원에서 2009년 말 647조원으로 급증한 뒤 2010년 말 653조원, 2011년 말 650조원으로 증감을 반복하다가 작년 말에는 666조원으로 늘었다.
작년 12월 말 이 자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이 역대 가장 컸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단기 부동자금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며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경우 최근 1년 만기 예·적금 금리가 2%대 후반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국내 16개 은행의 1년 만기 38개 정기예금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3.0%다.
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 2.9%, 신한은행 신한두근두근커플정기예금 2.9%, 우리은행 키워정기예금 3.0%, 하나은행 고단위플러스금리연동형 2.7% 등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그동안 각종 부양정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작년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전년보다 3.0% 줄었고 서울은 2.9% 감소했다. 서울에서도 강남의 주택매매가격이 3.5% 줄었고 강북은 2.3% 감소했다.
올해도 부진이 이어져 2011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엔화 약세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나타내 코스피가 당분간 2000포인트 안팎의 박스권에 묶여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부동자금이 계속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투자를 망설이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