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아온 글로벌 IT기업 조세 회피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국제 단일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 범 국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한 뒤 이를 국가별 수익 점유율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다. 앞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 국 대표들도 글로벌 기업 세금 회피 대응을 위해 국제 공조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각 국이 이해 관계를 넘어 현실화된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18일 BBC 등 주요 외신은 영국 정부가 수익 이전을 통해 조세 회피를 일삼아 온 다국적 기업의 관행에 맞서 세제상 허점을 봉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그간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은 세금 회피를 위해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두고 세금 납부액을 최소화했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범 국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참가한 국가별로 해당 기업의 수익 점유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기업의 세금 회피가 발붙일 수 없는 강력한 국제 표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재무장관들은 지난 1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다국적 기업의 과세 회피를 막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7월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행동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국적 기업 탈세를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내놓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볼프강 쇼이브레 독일 재무장관은 “현재 기업들은 어디서 세금을 내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러한 허점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도 “글로벌화되고 디지털화된 경제 환경에서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이동하고 개발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만큼 기업들이 공정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안이 조세 주권 문제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히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크리스 모건 KPMG 세제팀장은 “국제 단일 과세는 각 국의 조세 주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이런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기업들은 또 다른 우회로를 찾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재무부 측은 “기업의 세금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세제 개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린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