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2차 시한인 18일마저 넘겼다. 새 정부의 `산뜻한 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7일 3차 인선에서 11개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미래창조과학부 등 11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고 민심을 무시한 폭거`라며 반발했다. 정부 직제에도 없는 부처 장관까지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새 정부 내각을 발표하는 관례를 깼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시험문제도 안 냈는데 합격자를 뽑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기도 했다.
민주당 주장도 일리는 있다. 아무리 새 정부 출범이 급했어도 국회에 대한 예의는 필요했다. 이제 와서 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진 김에 조금만 더 기다렸어도 될 법했다. 갈 길 바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옳은 것도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발목은 잡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민주당은 나중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발목을 잡은 야당` 이야기는 듣지 않아야 한다.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에 박수를 친다고 해서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안을 양보하면 새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원하는 더 중요한 사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로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나 새누리당의 간절한 부탁을 화끈하게 들어준다 해서 민주당에 흠결이 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