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올해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16조6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규 인력 채용도 7500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주변에 많은 우려를 낳았던 점을 감안하면 반길 일이다.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에 투자해 우리의 오늘이 있었다. 그것이 현재 우리의 책무다.”라고 힘든(?)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될 당시만 해도 설비 투자를 비롯해 SK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은 안개 속에 빠진 듯 했다. 비록 지난해 말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출범하며 오너의 의사결정 권한을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각 계열사로 위임했지만 최 회장의 부재가 미칠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10년 전 SK글로벌 사태로 최 회장이 수감될 때만 해도 그랬다. 더욱이 올해는 SK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글로벌 자원 개발 프로젝트, 반도체 설비투자, 통신 사업 투자 등 굵직한 경영 이슈들이 산적해 있던 터다.
의사 결정에 제동이 걸려 멈칫할 상황이었지만 SK그룹은 당초 예정대로 투자와 인력 채용 확대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사업 시설 투자 외에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R&D와 해외 자원개발 투자 등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결국 자의반 타의반이나 계열사 간 자율경영 체제를 표방한 따로 또 같이 3.0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오너 개입 없이 계열사 책임·독립 경영을 강화하겠다던 신경영 선언은 이제 현실이 됐다. 그리고 최 회장 구속 후 그룹 경영 계획을 처음 공식 발표하면서 투자와 인력 채용 확대를 재확인했다.
SK가 최 회장 공백에도 불구하고 따로 또 같이 3.0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재벌 지배구조의 새로운 개혁이기도 하다. 그것이 SK그룹 스스로 가치 300조원을 달성하고 국가 산업에 기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