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엔지니어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개도국 플랜트 시장 확대로 중공업·엔지니어링 회사는 물론이고 건설회사까지 플랜트 해외시장 개발에 나서면서다. 전체 인력규모가 작은 플랜트 엔지니어들이 처우가 좋은 대기업으로 쏠리면서 중소기업은 관련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전 및 엔지니어링 업계에 따르면 설비 설계·건설·유지보수는 물론이고 제어·운전 등 플랜트 전 분야에 걸쳐 구인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알제리 소나트락과 아프리카 설계·시공·조달(EPC) 합작법인 설립 MOU를 체결한 GS건설은 올해도 플랜트·발전·환경설계 분야 5년 이상의 경력보유자를 모집하고 있다. 재작년 800명의 플랜트 엔지니어를 모집한 바 있지만, 해외 EPC 사업 확대에 인력충원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2년간 해외지사 포함 총 3000명의 대규모 플랜트 엔지니어 채용을 진행했던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올해 수백명 규모의 관련 인력채용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 및 엔지니어링 분야보다 규모는 작지만 발전사업자들도 해외사업 개발을 위한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5명을 채용한 포스코에너지는 올해 30명으로 충원계획을 두 배로 늘렸고, GS EPS는 지난해 전체 채용인원 41명 가운데 60% 이상인 27명을 플랜트 엔지니어로 채우기도 했다.
해외 플랜트 종합 EPC 사업의 급성장으로 대기업의 플랜트 엔지니어 모시기 경쟁이 펼쳐지면서 관련 인력시장에서는 3년 이상 전문 엔지니어 채용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견업체들은 장기간 구인활동에도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발전소 시스템 구축 전문회사는 현재 10명 안팎의 플랜트 설계 및 유지보수 인력을 1년 넘도록 구하고 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플랜트 설비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들이 종합건설사나 석유화학 업체에 몰리면서 인력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외국어 능력까지 보유한 엔지니어는 대기업이 서로 모셔가기에 바빠 중견기업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IMF 시절 구조조정과 EPC 사업자의 플랜트 수주 경쟁이 관련 인력 품귀현상의 원인으로 꼽는다. 1990년대 경기불황에 따른 현장인력 감축과 자동화 추세로 플랜트 인력이 줄어들다 보니, 지금의 플랜트 시장 호황기에 투입할 중견 매니저급 인력이 모자르다는 진단이다. 기업들은 긴급 수혈 방법으로 발전회사 퇴직자를 스카우트하면서 60대 엔지니어들이 현장을 뛰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복합화력 설비 경험을 갖추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랜트 신흥시장인 중동·인도네시아·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시공기간이 짧은 LNG복합화력 사업을 선호하면서다.
한 발전회사 관계자는 “복합화력 현장에 종사하다 은퇴하는 엔지니어들은 바로 건설사에서 스카우트를 해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금의 분위기로는 플랜트 엔지니어에 대한 열기가 당분간 식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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