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오일셰일

최근 호주에서 발견된 셰일 유전이 세간에 관심을 끌었다. 호주 자원개발업체 링크에너지가 20조 호주달러(한화 약 2경3000조원) 가치가 있는 셰일 유전을 호주 중부 아르카링가 분지에서 발견했다. 유전 매장량은 2330억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유전(2645억배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고대기에 형성된 유전에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머금고 화석화된 물질, 케로겐이 풍부한 `오일셰일`이 다량 분포된 것이다.

이에 앞서 석유 생산이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한다는 피크오일 대표 사례로 지목되던 미국에서 원유 생산이 39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2012년에는 WTI 유가가 1% 하락했지만 미국은 주요 산유국 중에서 이라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빠른 석유 생산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최대 석유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셰일가스 유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함께 나오는 셰일오일 덕분이다.

피크 오일을 연장해주고 화석연료 고갈 걱정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비전통자원이 오일셰일이다. 시추기술의 발전과 유가 상승으로 과거에는 채산성이 낮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오일셰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일셰일 평균 개발비용은 환경비용을 감안할 때 유가가 적어도 100달러 이상인데 이미 지난해부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5달러(두바이유 기준)를 웃돌고 있다.

오일셰일은 원유성분을 갖는 역청질(kerogen)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퇴적암이며, 기술적으로는 석유화 전 단계에 해당하는 원유로 분류된다. 오일셰일은 유혈암 혹은 함유혈암 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바다나 호수 환경에서 물의 순환이 제한된 곳에서는 대부분 저층에서 산소가 결핍된 상황이 발생한다. 이곳에 이질 퇴적물과 죽은 플랑크톤과 같은 유기물질이 쌓이면 썩지 않고 퇴적물 속에 보존이 잘된다. 이질 퇴적물에 함유된 유기물이 지하에 매몰되면서 열적 분해 작용을 거치게 되며, 탄화수소로 바뀌기 전 전조물질인 케로겐 상태로 셰일에 함유된 층이 오일셰일이다.

케로겐 함유량은 20~50%정도이며, 오일샌드 노천채굴과 마찬가지로 셰일 층을 노천채굴 하거나 파이프 라인(웰)을 통해 지하에 500℃의 고온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열을 가하면 가스, 코크스, 오일셰일유를 분리해 낼 수 있지만 질소와 황 성분이 많아 곧바로 연료로 쓸 수는 없다. 석유 대용으로 쓰려면 한 번 더 고도의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오일셰일은 미국 유타, 콜로라도, 와이오밍 주를 포함하는 그린리버 지층에 세계 매장량의 70% 이상 존재한다. 이 외에도 요르단, 브라질, 러시아, 자이레, 중국 등에도 많은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총 원시매장량은 2.8조배럴로, 회수율을 약 38%로 가정할 때 오일셰일 가채매장량은 약 1조배럴에 이른다. 엄청난 매장량으로 차세대 에너지자원으로서 주목 받고 있지만 개발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경제성과 환경문제다. 현재 기술로는 개발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개발생산 중에 발생된 CO₂ 처리문제, 오일셰일유 생산 결과로 생기는 찌꺼기 처리문제 등 환경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므로 상업적으로 거의 개발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거대한 자원량 때문에 지질학적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지질연구소(USGS)는 미국 전역의 오일셰일 층에 대한 지질학적 특성, 자원량과 지화학적 연구를 진행 중이며 미국 셸에서는 생산 테스트 시설을 가동 중이다.

화석연료는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분야의 핵심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도 그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에 비해 화석연료의 대표 격인 전통 석유가스 자원은 계속 고갈되고 있으며 개발생산 비용마저 늘고 있어 앞으로 석유수급 불균형과 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석유가스의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오일셰일과 같은 비전통 석유자원에 대한 기술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오일셰일은 지난 1980년대부터 러시아와 캐나다의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장량과 지질조사 등 개발 노력이 진행됐으나 당시 원유 가격이 낮아 본격적인 탐사와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들어 원유가격이 폭등하고, 그 결과 경제성 확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원유 대체재로 각광 받고 있다.

오일셰일은 높은 열을 통해 바위에 녹아있는 원유 성분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다. 바위에서 원유를 추출한 후 잔여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환경오염 문제, 과다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현재와 같이 고공행진을 계속 할 경우, 오일셰일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을 날이 머지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란드(RAND)는 국제 유가가 향후 계속적인 고공행진을 한다면 오일셰일의 경제성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밝히고 있다. 테스트 시설에 일부 기술적인 면만 보완 된다면 지금 당장 오일샌드 수준의 경제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원 개발 전문가는 우리 정부와 관련 기업들도 오일셰일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