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과세 회피 방지 대책으로 `현금 결제 상한선 둔다`

유럽 각국에서 세금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거액의 현금 결제를 제한하는 정책을 속속 시행 중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도 현금 결제 상한선을 낮췄다. 상거래를 정확하게 포착해 세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유럽 채무 위기로 긴축 재정을 강요당하는 국민 불만을 억제하려는 목적도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유럽 외신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최근 현금 결제 상한선을 기존 3000유로에서 1000유로(약 145만원)으로 낮췄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부정행위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연내에 관련 법안을 정리해 성문화할 예정이다.

이 정책의 목적은 탈세 방지를 위한 것이다. 유럽은 신용카드 보급이 상대적으로 낮아 상점에서는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가 잡히지 않으니 소비자는 부가가치세를, 상점은 소득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현금을 달라고 버젓이 간판에 써 놓는 상점도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0유로 이상 거래를 할 경우에는 결제 기록이 남는 수표나 계좌 이체, 신용카드 등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에로 총리는 “약 10억유로의 세수 증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는 2014년부터 부가가치세를 현행 19.6%에서 2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남유럽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12월 2500유로 이상 결제를 금지했다. 이탈리아도 1000유로 이상은 현금 거래가 불가능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상당하는 돈의 흐름을 세무 당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경제부는 “과세 회피 거래를 정부 통계에 반영시키는 것이 재정 건전화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독일도 움직임이 있다. 얼마 전 한 독일인이 납세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에 금융 계좌를 만들어 자산을 옮기고 있다는 게 발각되어 사회적인 문제로 번졌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리히텐슈타인과 금융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휴했다. 향후 양국은 현금 결제 등에 대한 논의도 해나갈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