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정부운영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낡은 것들과 작별`하고 국정운영 선진화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라는 병폐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일부 부처는 이해집단을 동원해 국회를 압박하고 국민을 오도하는 구태를 드러냈다. 이 환부를 도려내야 비로소 팀플레이가 가능해지고 달라진 정부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월요논단]정부운영 패러다임 변화를 기대한다

권한을 키운 만큼 성과를 못 낸 기관은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정부 지원에 의지하는 민간도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권한 가진 정부기관이나 수혜 받는 민간 부문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욕심을 감추려 하지만 부진한 성과를 반성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미흡하더라도 칸막이만 없다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정책토론은 무성해야 하지만 결정이 나면 일사불란하게 고객인 국민만을 바라보고 성과를 내는 행정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손톱 밑 가시와 신발 속 돌멩이를 빼내는 혁신 과제도 정권 초기에 일찍 마무리해야 한다. 규제행정에서는 지킬 수 있는 규범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 지킬 수 없는 과도한 규범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법치 확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대표적 사례가 공직자 윤리강령이다. 공직자가 솔선수범 규범을 가장 잘 지켜야 하지만 비현실적 윤리강령으로 인해 위반을 양산하고 있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부패추방 노력은 지속하면서도 정부와 국민 간 원만한 소통과 협조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조장(助長)행정은 지원항목 수나 규모가 아니라 그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개편하고 사후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 지원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는 중소기업행정이다.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1000개가 넘는 지원제도를 통합 재설계하고 지원 상한선을 두어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와 같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제도, `창조경제`를 이끌 창업과 기업가정신 발현에 장애가 되는 제도들을 과감히 폐지·개선해야 한다.

사업행정은 민간수준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 굳이 정부가 맡을 필요가 없는 사업영역이 너무 많다. 민영화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공공성을 가미할 필요가 있는 부문에는 유인제도로 보완대책을 강구하면 된다.

서당에서 훈장님이 촌동(村童)들을 다그친다. “나는 `바담 풍` 하더라도 너희들은 `바담 풍` 해라.” 혀가 짧은 훈장은 끝내 `바람`을 가르치지 못하신다. 내가 정부를 떠나 기업으로 옮겨 온 후 한 부처 초청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MB정부 출범으로 새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기업인의 견해를 듣는 자리였다. 내 주문은 엉뚱했다. “법이나 정책 더 만들지 말고, 예산 더 따려 하지 말고, 쓸데없이 타 부처와 다투지 말고, 작더라도 국민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지금 하는 일 더 잘해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강의내용 일부가 외부에 흘러 나가자 한 언론은 “자기 할 때 조직 예산 정책 불려놓고 이제 와서 무슨 반성문이냐”고 꾸짖었다. 백 번 옳은 지적이다. 그 후 5년이 더 지난 지금 나는 또 한 번 꾸지람 들을 각오를 한다. 지난 시대에 그랬고 지금도 가장 볼썽사나운 부처 간 권한 다툼만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간판만 바꿔 다는 식의 정책만능주의는 국민만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는 `바담 풍` 했지만 이번만큼은 `바람 풍`으로 확실히 바로잡아 주기를 기대한다.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 jongkap.kim@siem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