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박근혜정부의 대표 부처가 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994년 12월 신설된 정보통신부처럼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은 전략부처다.
1994년은 WTO 체제가 출범하고 인터넷 상용서비스가 미국에서조차 처음 시작되면서 정보화시대의 도래를 논하던 시기다. 정통부는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정보화에서 앞서,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높이자는 목표로 출발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미래부의 발족 취지는 정통부와 일맥상통하지만, 구체적 전략과 역할은 정통부와 달라야 한다.

산업화시대와는 달리 지식정보화 시대로 접어든 지금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마트 사회가 펼쳐졌고, 우리나라는 선도적 반열에 올랐다.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와 혁신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래부가 획기적 사고·발상의 전환을 선도해야 하는 이유다.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 전략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경험, 특히 과거의 성공에서 체득된 사고를 과감하게 떨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부를 이끌 김종훈 장관 후보자에 기대하는 바 또한 이것이 아닐까. 미래부는 당초 출범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제조업·네트워크 강국에서 소프트웨어(SW)·콘텐츠·서비스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SW에 대한 기초·기반·장기 연구개발을 확대해야 한다. 융합의 시대에 융합을 가능하게 하고 융합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SW다. SW에 대한 집중적 연구개발은 물론 SW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를 높여야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SW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SW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자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정보화 시장에 수요를 제공했지만 이를 SW산업발전과 성공적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 정책을 재점검, 새로운 대안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
SW를 활용하기 위한 이해를 넓혀 나가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SW소비자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프로슈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W를 비롯해 콘텐츠·서비스 강국이 되기 위해 영화·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의료·금융·유통·물류·교육 등의 분야에 ICT 활용을 늘려야 한다.
정부 각 부처의 이해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미래부는 정부 각 부처와 협조해 변화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도전을 장려하고 공정한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정부가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의 양적 범위를 줄여야 한다. 예산사업의 경우 총체적 예산 규모는 늘어날 수 있지만 예산사업의 개수는 대폭 줄여나가야 정책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을 단순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으면 국민과 소통할 수 없고 마치 잘 만들어진 정교한 프로그램(계획)인 것 같아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분명한 것은 창조, 즉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래부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혁신적 사고와 통섭적 관점으로 우리나라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 출범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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