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SW 사용 美 수출 적신호 `10곳 중 4곳 위험`

미국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한 중국, 인도, 태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우리 기업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이들 국가에 위탁 생산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4곳은 `위험군`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한 기업은 1만9125개다. 전체 민간 기업(8만9377개)의 약 22%다. 한국SW저작권협회(SPC)가 추산한 국내 민간기업 불법SW 사용비율은 전체 기업의 40%에 이른다. 국내 기업 10군데 중 4군데는 벌금형이나 수출금지 조치를 당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한미 FTA 협정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규정에 따라 불법 SW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추가 관세나 상계 관세를 물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미국 각 주 정부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하고 나서 추가 압박 공세를 펼치는 셈이다. 미국이 겨냥한 기업이 중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우리나라도 `위험군`으로 관리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기준 기업 의사결정자의 불법 SW 사용을 용인하는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1위인 중국과 태국(4위), 말레이시아(7위)에 이어 8위다.

예전보다 개선됐지만 우리나라 SW 정품 사용률은 여전히 취약하다. SPC 관계자는 “기업은 40%가 불법 SW를 사용하지만 개인은 정품 사용률이 5% 미만이어서 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라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오피스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포토숍, CAD 등 전문 SW,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같은 특정 업종을 위한 고가의 툴까지 불법 복제해 쓰는 것을 관행으로 여긴다.

◇제도 적극 활용해 미국시장 입지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지재권 보호를 위해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제도를 적극 활용,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SW 저작권 인식을 향상시키는 한편 중국 업체 등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를 견제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고소인이 미국에 기반을 두지 않아도 되는 규정 때문이다.

한 지재권 관련법 전문가는 “부정거래방지법은 건전한 해외 수출기업에 오히려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쟁기업이 지재권 침해로 비용 절감을 얻는다면 해당 기업을 고발해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불법SW 사용률은 현재 현저하게 감소한 상황이며 앞으로 민간 기업도 정품 SW 사용을 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