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퀴` 빠진 서울모터쇼

개막 한 달도 남지 않은 서울모터쇼 바퀴가 빠졌다. 사상 최대, 세계 3대라는 화려한 수사로 치장돼 있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 한 축인 타이어 업체가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 금호, 넥센 타이어 3사는 2000년대 들어 서울모터쇼에서 자취를 감췄다. 재작년 금호가 참가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축제`로 여겨지는 모터쇼에 타이어 업체가 빠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경영상태도 좋고, 해외 모터쇼는 다 참가하는 타이어 업체가 서울모터쇼에는 참가를 안 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국내 시장에서는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고 생각한 타이어 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만 열을 올린다`는 불만이 숨어있다.

타이어 업체들도 할 말은 많다. 서울모터쇼가 완성차 위주로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에 좋은 자리를 내주고 타이어와 부품 업체는 후미진 자리만 준다고 토로한다. 홍보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으로서는 부스 위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조직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자리한다. 조직위가 결국 회원사인 완성차 업체가 내는 회비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언제까지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다. 관람객들은 모터쇼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한 번에 보고싶어 한다. 타이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대외적으로도 완성차와 타이어 업계가 함께 참가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차 없는 타이어, 타이어 없는 차를 생각할 수 없다.

우선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감정 섞인 말을 자제해야 한다.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붉히고 원색적인 비판을 한다면 협력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불만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되 발전적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이참에 타이어 업계를 대변하는 타이어공업협회가 서울모터쇼 조직위에 합류하는 방안도 고민해봄직하다. 그러면 조직위가 완성차 업계만 대변한다는 오해를 없앨 수도 있고 모터쇼 규모를 키우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서울모터쇼는 자의든 타의든 `국가대표` 모터쇼가 돼버렸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모터쇼에 자동차 업계가 사이 좋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게 모두의 바람 아니겠는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