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희 프라이스톤스 대표 CEO 추천의 변(辯)= 헤븐리아이디어는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지방에 있지만 수도권 기업에 뒤지지 않는 인력과 기술을 갖춘 기업입니다. 박사 학위 과정을 접고 창업한 정승현 대표의 독특한 이력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2월 마지막 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승현 헤븐리아이디어 대표는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안산에서 있었던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한 걸음에 달려온 그였다. 정 대표에겐 사관학교 졸업이 누구보다 의미가 컸다. 지난 1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사관학교 교육을 위해 청주와 안산을 왕복했다. 먼 거리에도 결석 한번 없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창업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충북대 정보산업공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만 쓰면 학위를 받는 시기에 창업을 결심했다. 박사 과정 5년차, 결혼하고 아이도 생겼다. 학위만 받으면 안정적인 일자리도 생길 터였다. “이대로 논문 쓰고 학위 받으면 평생 연구원 삶을 살아야 하는데 절대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기들이 논문 쓰는 시기에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가족들은 제가 `미쳤다`고 했어요.” 가족 반대를 극복하고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발되면서 개발에 착수했다. 1년여 개발 기간을 거쳐 이달 말 `단골택시`란 서비스를 오픈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금 운용에 미숙했어요. 처음 정부 자금을 받고 외주 개발에 많은 돈을 썼죠.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흐름이 바뀌고 수정사항이 발생하는데 외주 개발이라 즉각적인 반영이 힘들었습니다. 이미 돈을 많이 써서 추가 비용 부담도 힘들고 결과적으로 개발도 늦어졌죠. 개발은 외주가 아닌 내 사람이 해야 한다 걸 배웠습니다.”
이후 박사 과정 동기 2명이 개발자와 기획·마케팅 담당으로 합류했다. 능력 있는 동료를 얻은 것을 정 대표는 `하늘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필요한 인재를 스타트업,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 소재 스타트업이 얻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스타트업 열풍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울과 수도권 얘기에요. 지방은 창업 열기가 아예 없어요. `스타트업`이란 단어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죠. 청주에서 안산까지 사관학교를 다니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창업 네트워크입니다. 지방에선 이런 네트워크를 가질 수 없거든요.”
새 정부가 `벤처 어게인`을 외치고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지만 여전히 지방은 소외돼 있다. 헤븐리아이디어는 정 대표와 팀원 모두의 연고지인 탓에 청주에 머물고 있지만 활동이 쉽지 않다. “서울에 비해 인프라와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지자체 인식이 부족해요. 청주시에 중소기업 대상 대출 이자금 보전 지원책이 있는데 기업 평가를 재무제표로 합니다. 아직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은 대상이 못되죠. 스타트업 이해와 지원이 절실합니다.”
서울보다 열악한 창업 환경이지만 고향을 떠날 생각은 없다. 실력으로 모든 핸디캡을 극복한다는 각오다. “청주에 스타트업이라 할 만한 기업이 저희 하나에요. 우수한 서비스로 청주를 넘어 지방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지방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헤븐리아이디어가 증명하겠습니다.”
[표]헤븐리아이디어 현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