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디자인은 2008년 고양시 공공자전거 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공공디자인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자전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역민의 건강을 챙기면서 동시에 대중교통의 역할을 나눌 수 있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14> 공공디자인](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3/08/398058_20130308195227_616_0001.jpg)
고양시의 공공자전거는 친환경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아이콘이었다. 이미지 컬러인 초록과 함께 `피프틴(fifteen)`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평균 속도인 15km/h와 자전거를 통한 여유로운 삶 `그린라이프`를 반영했다. 여기에 자전거를 가장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인 15세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이미지까지 담았다.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의 이미지를 담은 자전거보관소(스테이션)와 녹색의 자전거 도로, 사인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고양의 이미지를 창출했다. 환경을 향하는 따뜻하고 생명력있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연계성을 강화했다.
공공디자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다양한 시민들이 자전거를 공공재로 이용하면서 생겨날 수 있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대처해야했다.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애매한 거리나,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에는 계획이 유동적일 때, 자전거를 소유하고 보관하기 애매한 주거환경, 시내 교통체증 대책 등에서 이용자의 불만사항을 찾았다.
다소 무거운 무게, 도난 위험, 짐이 있거나 아이를 동반한 승객, 옷차림, 고장시 대처 방법, 언덕 등이 있는 스테이션에 몰림현상, 가장 중요한 접근성과 사용료까지 공공재로서 자전거의 부정적 요인을 모두 살펴야했다.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를 사용자의 신체조건에 맞춰 변형이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자전거 차체를 튼튼하게 만들고, 짐을 실을 수 있는 바구니와 안전성을 위해 자체 발전을 통한 LED 라이트와 안전커버를 달았다. 도난 방지를 위해서 개성적 모습으로 공공자전거임을 표시했다.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부분을 카울로 덮고, 타 제품과 호환되지 않는 부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도시는 이미 지나칠 정도로 많은 기능 요소들이 범람한다. 그 중에는 지나치게 시각적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도 있고, 기여도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아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나 시설물도 있다. 런던의 공중전화 부스처럼 적절한 존재감의 수위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피프틴의 스테이션은 멀리서 보아도 알아보기 쉬우면서도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그 수위(톤)을 낮췄다.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몰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 차량이 주기적으로 자전거의 수량을 재분배하는 방법이 시행됐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광고 패널을 설치했다. 이노디자인은 제품과 스테이션(공간)만이 아니라 서비스까지 디자인하며 공공디자인의 넓이를 체감했다.
디자인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들어가면 원활한 순환을 위한 톱니바퀴 역할을 한다. 공공디자인의 범위가 확장되면 도시디자인으로 이어진다. 디자인이 도시계획 단계에서 개입된 대표적 예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다. 포화 상태에 이른 파리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외곽에 조성된 상업지구 라 데팡스(La Defense)는 전통적이며 고전적 아름다움을 품은 구시가지와는 매우 다르다. 이곳을 찾는 모든 자동차는 지하도를 통해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직행한다. 지상은 오로지 사람과 비둘기들의 영역이다. 이러한 보행자 우선주의를 통해 공공자전거 `벨리브`도 파리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세계적인 공공자전거 유행을 탄생시켰다.
파리는 역사적으로 유럽 예술산업의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생활 속에도 예술이 스며들었다. 20세기 초에는 미술공예 운동에 힘입어 도시의 공공시설물에도 자연스레 예술을 대입했고, 이는 파리가 공공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에펠탑은 1889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져 지금도 철두철미하게 디자인된 도시를 내려다보고있다.
공공디자인은 지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개발이 둔화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역할이다. 이는 오는 2014년 개통을 앞둔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노는 경전철 사업에서 차량 디자인을 맡았다. 뉴타운이 들어서는 미아, 길음 지역으로 접근성을 높여 노후한 지역에 경제적 활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신·구의 교체배경과 자연과 도시가 모두 있는 우이-신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경전철은 자연적인 색깔을 가져오면서 새로운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물이나 풀처럼 자연물에서 색의 모티프를 가져오고,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는 둥글게 깍아진 물가의 돌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살렸다.
우리나라에서 공공 디자인이란 말이 일상화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우리의 눈과 손이 닿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잘 디자인된 도시는 정치,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독자들에게 의견을 듣고싶다. 골목길에 설치된 가로등의 분포도와 범죄율의 상관관계, 에스컬레이터 옆에 설치한 피아노 계단의 사례는 모두 공공디자인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 사회적 문제점을 디자인으로 해결해볼 수는 없겠는가.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