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벤처 투자 문호를 개방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2년간 벤처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0.1%가 안 됐다. 법 개정에 이은 정부 투자지침서 마련도 무용지물이었다.
6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1~2012년 사립대학 벤처펀드 출자 규모(벤처기업 직접투자 제외)는 각각 2억원과 3억원이었다. 같은 해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각각 2조2481억원과 747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다. 지난해 전체 벤처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0.04%다.
미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미국 벤처펀드 투자자 구성 현황(1999~2003년 5개년 평균)을 보면 학교재단이 20.3%다. 연기금(42.1%), 금융·보험(22.7%)과 벤처투자 시장을 이끈다. 지난해 미국 벤처펀드 시장규모 205억달러(약 22조2000억원)를 고려하면 학교재단 비중은 약 4조원이다.
2011년 7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대학은 적립금 10분의 1 한도로 벤처기업 투자를 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 회계연도 대학 누적적립금 10조2453억원 가운데 등록금회계를 제외한 10%인 9112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법 개정 취지로 벤처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여건 조성을 꼽았다.
대학 벤처투자 부진 이유로는 대학 의지 부족을 꼽는다. 모 대학 산학협력단 교수는 “학생 창업 권장과 돈 들어가는 투자는 별개”라며 “손해 볼 수 있다면 이사회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 교수는 대학이 미국 스탠퍼드·하버드 등 세계적인 대학과 기금 운용현황을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펀드에 투자해 마이너스(손실)를 보이는 사례는 일부”라며 “대학이 지나치게 위험자산으로 인식해 투자 얘기조차 듣지 않으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의사결정 구조가 다르다 보니 투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적립금을 은행에만 넣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활용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표】신규 결성 벤처펀드 출자자 구성현황(단위:억원,%)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대학은 기타단체 포함. 2011년 2억원, 2012년 3억원)
【표】미국 벤처펀드 출자자 구성현황(단위:%)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1999~2003년 5개년 평균)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