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해외 휴대폰을 구매한 김모씨는 제품을 받은 직후 마음이 변해 청약철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소비자 변심으로는 주문을 취소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을 근거로 얘기하며 청약철회를 요구했지만, 약관상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휴대폰 구매대행을 통한 해외 휴대폰 판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구매대행사가 국내 소비자보호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철회나 환불 등에서 국내법과 배치되는 약관을 정해놓고, 약관을 내세우며 청약철회를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주요 휴대폰 구매대행사 3곳의 약관을 확인한 결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상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스펜시스코리아는 약관에 `물품이 발송된 후 고객의 변심(주문착오) 등으로는 절대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폰포조이도 `반품 및 환불은 배송받은 상품이 구매대행 요청상품과 상이할 경우나 파손 등의 사유로만 가능하며, 상품 청약철회 가능기간은 상품 수령일로부터 3일 이내`라고 약관에 기재했다. 또 다른 구매대행업체 홍콩폰 역시 `물품이 해외물류센터에서 한국으로 발송된 이후에는 회원의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밝혔으며, 반품·환불이 불가능한 경우에 `고객변심`과 `고객의 판단착오`를 명시했다.
하지만 3개 구매대행업체 약관은 모두 국내법에 저촉된다.
전상법에는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 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단순변심일 경우도 청약철회를 인정한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면 전상법에 따라 처벌대상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약철회를 방해하거나 거래조건을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구매대행사업자 6개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이숭규 공정위 전자거래팀장은 “해외 구매대행 업체라도 전상법에 규정된 청약철회 등의 규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정당한 청약철회 요구를 거부하거나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것도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스펜시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법에 따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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