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블랙박스, 녹화 먹통 "조심하세요"

수명 경고장치 필요

회사원 문모씨는 최근 차량 접촉사고를 당한 뒤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고 당황했다. 블랙박스 영상이 전혀 녹화되지 않았다. 구입 후 1년이 지나 메모리카드 수명이 다한 사실을 모르고 그대로 사용하다 일어난 일이다. 문모씨는 “중요한 순간에 영상이 저장되지 않는 블랙박스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블랙박스 영상을 저장하는 메모리카드 수명 때문이다. 기술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TLC(Triple Level Cell) 방식은 저장 및 지우기를 500번밖에 하지 못한다. TLC 방식 SD카드는 디지털카메라에 사용하는 메모리카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카메라는 블랙박스와 달리 저장하고 지우는 횟수가 많지 않아 수명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기 어렵다.

유시복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센터장은 “택시처럼 주행거리가 길면 석 달 정도에 수명이 다한다”면서 “이 때문에 택시 업체는 회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메모리카드를 교체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비를 들여 수명이 긴 MLC 방식 SD카드를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블랙박스 전용 SD카드`라고 나오는 제품이 대부분 MLC 방식을 이용한다. 가격은 30% 정도 비싸지만, TLC에 비해 수명이 최장 10배 길다.

블랙박스 업체들은 제품 라인업에 따라 고가 제품에 MLC, 중저가 제품에 TLC 메모리카드를 적용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드물며 제조사나 판매사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지라고 하는 게 설명서 중간에 작게 표기해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배터리 수명을 표시해주는 것처럼 블랙박스도 SD카드 수명 경고장치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시복 센터장은 “블랙박스 업체는 근본적으로 메모리카드 수명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SD카드 교체주기를 알려주는 게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