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본 '샤프' 투자…손해볼 것 없는 장사?

경영난에 허덕이는 샤프가 고객이자 라이벌인 삼성전자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협력 관계로 이어지게 됐다. 104억엔(약 1209억원) 정도로, 투자 금액은 적지만 두 회사의 협력은 전자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는 지난 한 해에만 4500억엔(약 5조2321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구조조정을 거쳐 흑자로 전환됐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급선무였다. 혼하이와의 협상은 중단됐지만 퀄컴에 이어 삼성전자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샤프는 활로를 찾게 됐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LCD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협력사 압박 전략으로 애플과의 싸움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장악

삼성전자가 샤프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외에도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샤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과거 샤프는 70%가량을 자체 브랜드용으로 소화했다.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는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 공급했다. 하반기에는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샤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세대 라인을 확보해 대형 LCD TV 패널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자본 제휴를 통해 대형 LCD 패널을 더욱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애플 압박 카드로도 활용

샤프는 애플의 대표적인 협력사다. 샤프의 가메야마 1공장은 사실상 애플 전용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5용 LCD 주문량을 줄인 탓에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삼성과 제휴로 공장 가동률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애플의 부품 공급망을 제어할 힘을 갖게 되면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샤프 공동으로 일본 시장 공략

논의 중인 투자 금액은 지분 3%인 104억엔 수준이지만, 양사의 관계를 볼 때 추가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샤프와의 제휴로 얻을 수 있는 것은 LCD 수급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난공불락이었던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다. 샤프는 자국 내 직영 및 양판점 네트워크를 잘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샤프와 손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일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제휴를 삼성전자 VD사업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 내 다양한 분야의 협력 모델도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샤프에 대해 반도체 등 부품 공급량을 늘려갈 수 있다.

삼성전자(현 삼성디스플레이)와 샤프의 기술 제휴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시야각 기술 중 하나인 VA(Vertical Alignment) 특허 소송을 펼치던 두 회사는 2010년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고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었다. 라이선스료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지금도 샤프의 기술을 활용해 VA 방식 LCD 패널을 생산한다. 안현승 NPD디스플레이서치 사장은 “자본 제휴는 샤프나 삼성전자에 `윈윈`이 되는 방향”이라고 해석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