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손자병법 특허병법

[북스 클로즈업]손자병법 특허병법

기업 간 특허 다툼은 전쟁의 특징을 놀라우리만치 그대로 갖고 있다.

보이지 않는 특허가 창도, 방패도 될 수 있다. 고도의 치밀한 전략과 사전 준비가 동반된다.

전략가가 명운을 가르며 시의적절한 타협이 동원되고 때로는 적과도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점도 맥을 같이한다.

세기의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뿐만 아니라 대다수 기업은 이제 지키기 위한, 혹은 빼앗기 위한 특허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업이 특허전쟁을 치를 수 있는 `특허 병법`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보호에 10여년간 헌신해 온 저자는 2800년 전 고전 속 병법을 꺼내 들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전략가 손무는 오자서를 도와 오나라가 초나라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게 하고 결국 오나라를 강국으로 키워냈다. 그가 후세에 남긴 `손자병법`은 지금도 동서양 최고 병법서로서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고 있다. 전쟁에서 이기는 원리는 시·공간을 뛰어 넘는다.

저자는 손자병법 13편 중 주요 기업이 치른 특허전과 연관성이 높은 병법 내용을 △생사존망 △사면초가 △지피지기 △부전이승 네 장으로 나눴다. 코닥과 폴라로이드, 서울반도체와 닛치아, 삼성전자와 애플, 국내 중소기업과 교세라가 펼친 특허전에서 이기고 지는 기업의 몰락과 성공 과정을 전략 차원에서 풀이했다.

16년에 걸친 지리한 특허전으로 혁신의 씨앗까지 잃어버린 코닥과 폴라로이드의 멸망은 자칫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을 빼앗길지 모르는 기업에 경고장을 내민다. 킴벌리클라크에게 특허전에서 이기고도 신제품 경쟁에 뒤처져 결국 `진 것과 다름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LG생활건강의 뒷 이야기도 뼈아프다.

세계 최초로 MP3 특허를 개발하고도 황금같은 가치를 살려내지 못하고 해외로 넘겨 끝내 특허료를 지불해야 했던 국내 기업의 `특허 핑퐁`은 안타깝다. 결국 품으로 돌아왔지만 대한민국 특허 반성문이 있다면 우선으로 다뤄야 할 대목 중 하나다.

LG전자가 전략적으로 매입한 특허를 활용해 인텔에 로열티를 받게 된 과정은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다. 특허는 라이선스 수익 측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 전반의 매개가 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되는 시엠테크와 일본 교세라의 특허전은 많은 중소기업에 시사점을 준다. 비록 기업 규모가 작아도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 특허전의 특징 중 하나다.

이쯤 되면 상대 기업의 특허가 가진 빈틈을 파고들거나 의외의 무기를 꺼내들어 협상에 활용하는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길 수 있는 전략가를 고르고 담당자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는 필수다.

저자는 오랜 경험을 더해 각 기업의 전략을 풀이해 주고 `고기 잡는 법`을 깨닫도록 돕는다.

적지 않은 특허전을 치른 대기업들은 이미 경험으로 많은 것을 체득해가고 있다. 문제는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채 해외로 나가야 할 중소기업들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할 특허 전문가인 저자가 대기업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비전문가도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내용을 구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민재 지음. 북콘서트 펴냄. 1만50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