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어코리아 문성수 대표(moon@altair.co.kr)
빅데이터 기업을 말하면 열에 아홉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최고 IT기업으로 꼽히는 `판타스틱 포(four)`다. 구글은 매일 20페타 바이트 데이터를 다루는데 이는 1메가 바이트의 200억배에 이르는 양이다.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는 매일 40억명이 넘는 사람이 감상한다. 세계 인구의 10%가 페이스북에 연결되고 매월 9억5500만명이 글을 남긴다. 애플은 세계 2억명에 이르는 신용카드 정보를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구매정보가 쌓인다. 아마존이 고객 구매 정보를 분석해 책을 추천하면서 재구매를 유도한 사례는 빅데이터의 고전이 됐다.
이들 판타스틱 포는 빅데이터의 선지자다. 이들 기업의 복음을 들으며 생각한다. 저들처럼 데이터가 많고 돈도 많아야 빅데이터를 시도해 볼 텐데, 차츰 빅데이터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귀에는 많이 걸리는데 손에는 안 잡힌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특성을 말하면 흔히 3V를 든다. 속도(velocity), 다양함(variety), 방대함(Volume) 이니셜을 딴 것으로 데이터 처리속도가 빨라졌고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가 다양해지고 많아졌다는 말이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여전히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빅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거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부를 결정하는 세 가지로 `시간, 공간, 지식`을 꼽았다. 이 중에서 지식을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식은 관계적이다. 개별적인 지식의 조건은 문맥을 제공하는 다른 조각과 나란히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작은 통찰력이 거대함을 낳을 수 있다. 지식은 다른 지식과 어우러진다. 지식은 수백만 명이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IT기업도 결국엔 토플러가 말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토플러가 말한 지식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이 빅데이터 시대의 옳은 정의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 고등학생이 한 명 있었다. `서울버스`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학생이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은 고등학생이 꽤 완성도 높은 앱을 만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공공기관 정보를 고등학생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백만명이 똑같이 사용하는 지식에 작은 통찰력이 더해져 거대한 것을 낳은 경우다. 많은 기업이 통찰력을 외부에서 구한다. 미국 보건기업 헤리티지는 자사 데이터를 이용해서 어떤 환자가 내년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될지 공모했다. 음악기업 EMI는 어떤 곡이 최대 히트곡이 될 지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물어본다.
이들 기업이 자사 데이터를 공개하면서까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유는 뭘까? 기업 내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기업 바깥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 회사 외부의 다양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데이터와 통찰력을 회사 내부 데이터와 연결하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통찰을 얻겠다는 시도다. 지식은 다른 지식과 어우러지고 조각끼리 서로 이어져야 의미를 얻는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은 여전히 빅데이터를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빅데이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당연히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바꾸고 장비를 새로 들일 준비를 한다.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은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빅데이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돈이 아니라 통찰력이다. 통찰력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기업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 것은 내부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이다. 내부 직원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각화하고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데이터를 익명화한다.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최근 국내 한 IT기업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고민은 이전까지 쌓아둔 데이터는 많은데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직원이 쉽게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설계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내부에서 통찰력을 얻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빅데이터는 이렇게 통찰력을 얻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빅데이터 시작에 반드시 빅머니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스몰머니로 충분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