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민주당에 정부조직법 직권상정 요청

새누리당이 8일부터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 초반에 정부조직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아래 민주통합당에 직권상정을 제안했다. 새 정부의 `국정표류`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면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민주통합당은 직권상정 제안을 거부했지만 합의된 부분부터 먼저 처리하자는 데는 동의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여야 양당의 원내대표가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법률을 원안대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하도록 요청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여야 협상과정에서 확실하게 합의된 내용을 갖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식을 믿고 그분들이 제대로 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야 협상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사항은 합의가 제대로 안됐으나 다른 부분에서는 합의가 거의 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수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3대 조건에 대해선 “이는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자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많다”고 일축했다. 이어 “공정방송을 확보해야 되겠다고 하는 취지는 우리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회 내에 `공정방송실현특별위원회`라도 설치하든지 새 정부가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컨센서스를 마련하자”고 주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조직법 수정안부터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고 그게 안되면 원안으로 표결하면 된다”며 “미래창조과학부 부분은 (여야간) 조정이 안됐으니까 원안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에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직권상정은 여야가 합의하기 전에는 할 수 없다”며 “국회법을 지키면 행안위에서 안건조정위를 진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직권상정 얘기가 갑자기 나오느냐”고 거부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수정안을 만들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합의된 부분은 즉시 합의해서 처리하자는 데는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정운영에 통 크게 협조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여러 차례 제안했던 `분리 처리안`을 수용한다는 의미라면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원안과 수정안을 동시에 직권상정하자는 제안은 원안대로 날치기 하겠다는 의미로 동의할 수 없다”며 “합의부문의 우선 처리 방침은 환영하지만 원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것이 다수당의 날치기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한편 청와대는 7일 정부조직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미 정해진 예산집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민생경제가 굉장히 어려움에 있고 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제일 중요한 과제가 예산의 조기집행”이라며 “예산집행이 더뎌지면 민생에 상당히 차질을 갖고 온다는 판단이 들어 비록 조직개편이 완수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출원인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