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미래를 연다]<4>펩트론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와 라이센싱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순수 라이센싱 계약 규모만 약 2조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적으로 약효 지속성 의약품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기업이 있다. 펩타이드 전문 연구개발 벤처기업 펩트론(대표 최호일)이다.

펩트론 연구원들이 약효 지속성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펩트론 연구원들이 약효 지속성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약효를 나타내는 약물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체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약물 방출 속도와 양을 조절해 만든 미립구 형태의 분말 주사제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약효 지속성 의약품은 한 번 투여하면 약효가 수주에서 수 개월간 지속되는 서방형 의약품이다. 환자가 매일 복용하거나 투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증진시켜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지난 16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끊임없는 연구개발(R&D)투자다. 핵심 기술력은 `스마트 데포` 기술이다. 초음파 헤르츠를 이용한 이 기술은 개발 대상 약물 특성과 방출 조건에 적합한 약효 약물이 함유된 미립구를 쉽게 제조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기존 약효 지속성 관련 기술에 비해 인체 부작용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생산 수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질병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펩트론은 전립선암, 말단비대증, 파킨슨 치료제 등 다양한 종류의 지속성 의약품을 개발중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제품은 약효지속성 당뇨 치료제다. 2년 전 임상 1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 번 주사하면 약효가 1주간 지속되는 제품은 유한양행과 국내 판권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국내 15개 병원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26개국 제약업체에서 제품 판권을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약효 지속성 당뇨 치료제는 해마다 세계 시장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당뇨 치료제는 복제하기 어렵고 대체 약도 거의 없는 시장이어서 약효 지속성 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관련 의약품 개발 업체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미국 아믈린사는 지난해 초 1주 지속성 제품 출시에 성공한 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사에 53억 달러에 인수됐을 정도다.

펩트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믈린사 인수 경쟁에 참여했던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은 임상 1상을 마친 펩트론에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펩트론은 현재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진행중인 임상건만 3건이나 된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오는 2030년까지 추진해야할 제품 개발 파이프라인이 꽉 차 있는 상태다. 회사는 지난 16년간 300억이 넘는 자금을 R&D에 투자해왔다. 일반 벤처기업 여건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까지 등록된 특허만 46건이나 되고, 현재 진행중인 특허출원건도 26건이나 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550억원대로 지난해(35억원)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펩트론은 앞으로 치료용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치료용 백신은 인체 자가면역을 높여 말기암 환자 등의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신물질이다. 최호일 사장은 “연내 다국적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 중심의 펩타이드 약물 개발에 관한한 1등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