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규 목원대 교수 parkdk@mokwon.ac.kr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중요자원이자, 미래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할 중요 기술기반이 될 주파수자원을 통신과 방송으로 이원화하겠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는 학계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할 따름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한한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파수 공동 사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통신용·방송용 주파수를 구분해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문일 뿐 아니라 오히려 용도 를 구분하지 않고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추세에 역행하는 모양새이다. 따라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통신용·방송용 용도와 관계없이 하나의 기관에서 전체적인 주파수 공급 계획을 수행하는 게 필수다.
주파수를 분리해 관리하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이러한 결정은 시대적 흐름과 국가 발전에 역행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많은 국민이 공영방송의 채널을 방송 주파수가 아닌 이동통신, 무선인터넷(wi-fi), 와이브로 등을 이용해 시청하고 있다. 이렇게 이용하는 주파수는 방송 주파수인가, 통신 주파수인가? 방송과 통신의 영역 구분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방송주파수는 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지금까지 사용해 온 전송용량보다 훨씬 적은 주파수량을 이용해 송신할 수 있게 됐다. 주파수 축소에 따라 남게 된 이 주파수를 많은 국가에서는 통신용도로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비록 통신용도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방송에서도 이 주파수를 이용해 방송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에서는 국민이 가지고 있는 무선단말을 이용해 방송서비스를 받는 주파수가 훨씬 넓어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주파수 관리에 기득권이나 분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포괄적 주파수계획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미사용주파수, 주파수 회수재배치 등을 위한 주파수할당과 분배를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언론에 보도된 여·야당간 합의서안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통신용, 방송 용도로 분류하여 주파수 계획안을 만들면, 국무총리실은 국무조정실에 심의를 의뢰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통신과 방송간에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될 것이 자명하다. 국무총리실은 또다시 심의하는데 많은 시간이 투입해야한다. 이러한 절차를 고려할 때 최소한 주파수분배와 할당을 위해 지금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 개발 트렌드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이것은 국가가 IT산업 혁신의 발목을 잡는 꼴이 돼 미래창조부가 생각하는 국가 ICT 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주파수와 관련된 전파관리를 수행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국립전파연구원와 중앙전파관리소가 있다. 만일 방송과 통신을 분리한다면 이것을 관리 감독할 산하기관이 또 만들어져야하고 전파관리도 역시 이원화 될 것이다. 새로운 예산이 소요된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이것은 융합시대에 국가주도로 새로운 전파관리의 분리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당초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뀌면서 주파수와 관련된 산업의 연구 및 진흥기능이 타 부처로 이관돼 우리나라의 주파수 관련 산업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새로운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주파수를 분리·관리하겠다는 것을 어떻게든지 막아야한다는 생각이다. 주파수 관리는 연구 및 진흥기능 측면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는 게 당연하고 분리는 안된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주파수를 통신용, 방송용으로 분리한다면 이것은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나서 다음 정부에서는 다시 통신과 방송 주파수를 통합관리한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누가 책임 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