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반도체 업체 리니어테크놀로지가 모바일 시장에서 철수한 후 매년 10%씩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TV 등 대규모 수요를 지닌 가전 제품 시장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여서 흥미롭다.
리니어테크놀로지코리아(지사장 홍사곽)는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전 세계 매출액이 평균 10% 성장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은 12억7000만달러(1조 3788억원), 순이익은 3억9810만달러(4322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 2010년까지 애플·삼성전자 등에 모바일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공급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맥심인티그레이티드·TI 등 경쟁사가 12인치(300㎜) 웨이퍼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단가를 대폭 낮춰 수익성이 떨어지자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했다.
그 대신 공장 설비 등에 쓰이는 산업용 아날로그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했다. 기존 전력관리, 전원 컨버터를 계속 제조하는 한편 공장 내 통신망인 무선 센서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자동차용 배터리 제어, 차선 유지 시스템이나 크루즈 컨트롤러 같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3년 동안 산업용 반도체 사업은 15.9%, 차량용 반도체는 40.6%씩 신장했다.
칩에 각종 수동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납기일을 당겼다. 고객 대응력도 높이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직접 생산(팹)·패키지·테스트 공장을 갖추고 2조원에 이르는 재고를 상시 구비한 `다이뱅크(Die Bank)`를 구축, 주문부터 공급까지 납기를 4~6주로 단축했다.
홍사곽 지사장은 “규모가 큰 모바일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오히려 변동성이 낮아져 특수 제품과 재고 관리에 신경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