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술기업이 연구개발(R&D) 결과물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게 자금난이다. 경험이 부족한 기업가일수록 R&D에 모든 자금을 쏟아 붇는다. 제품화 단계에 쓸 자금이 없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꽃도 피지 못한 채 사라지기 십상이다.
우리 창업·벤처 생태계 문제점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 너무 깊다는 것이다. 죽음의 계곡은 아이디어나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자금부족으로 상용화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여러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 부분에서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죽음의 계곡에 있는 기업은 기술을 검증 받아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기술·산업을 이해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정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벤처캐피털 또는 동종 업계 대·중견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벤처캐피털은 기술을 보고 미래 가능성에 투자한다. 시장 개척도 돕는다. 대·중견기업은 신기술 발굴자 역할을 한다. 인수합병(M&A) 방식이다. 보유 플랫폼 위에 기술을 탑재하거나 기술간 융·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가를 보면 회사 매각에 우호적이다.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만큼 상용 과정에 막대한 자금 소요를 예상해서다. 때가 되면 매각한다. 인수업체에서 기술자(CTO)로 남던 그렇지 않던 문제를 삼지 않는다.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새 비즈니스에 뛰어들기도 한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목표로 세웠다. 개인·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 사업화에 나선다.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게 `죽음의 계곡`이다. R&D자금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결과물만 있을 뿐 비즈니스가 없다. 수익·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일자리도 없다.
해법은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기업·투자자가 창조경제 결과물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제 값을 주고 투자·인수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 모방·탈취에는 철퇴를 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아이디어·기술이 산 정상(사업화)을 앞두고 깊은 계곡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이것은 `실패한 정책`이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