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국내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 확충에 안간힘을 쓴다. R&D 센터는 국내 고객사와 공동 개발이나 맞춤형 개발을 위한 연결고리다.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다만 우리나라 소재 산업 층이 얇아 인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R&D 센터를 새로 만들거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인력을 채용 중이다.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터(PR) 공장을 가동할 일본 TOK첨단재료는 연구소도 함께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관리 인력을 포함해 소재 전문가를 50여명 채용할 예정이다. 이 연구소는 TOK 제품 중 가장 첨단 제품인 차세대 반도체용 PR를 개발한다.
다우케미칼 전자재료 사업부의 한국 R&D 센터인 DSTC(다우케미칼 서울 테크놀로지 센터)에는 전체 전자재료 부문 R&D 인력의 30%가 넘는 200여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한다. 지난해 3월 경기도 화성에 문을 연 DSTC는 글로벌에서도 실적을 인정받아 향후 3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최근 방한한 캐시 마컴 글로벌 R&D 총괄 디렉터는 “DSTC를 중장기적으로 200명에서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한국이야말로 가장 주요한 위치를 선점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바커코리아는 지난해 판교에 R&D센터를 열었으며, 이어 전기·전자제품에 활용되는 실리콘의 파일럿 설비까지 구축 중이다. 이달까지 LED용 봉지재를 포함해 생산 설비를 국내에 갖출 계획이다. R&D 센터에서 시제품까지 생산하게 되면 R&D 센터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R&D 센터의 확장을 위해 본사도 서울에서 판교로 이전했다.
이 기업들은 한국 사업 규모를 키우려고 R&D 시설을 확충하지만,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 기업은 조직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대졸 신입사원도 채용할 예정이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각 분야에서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우리나라 학생들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삼성·LG 등 고객과의 접점을 고려하다 보니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선호도에서 밀린다. 장준 TOK첨단재료 사장은 “일본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지만 국내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지리적 문제 때문에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뛰어난 인재를 많이 확충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이공계 대학과의 인력 양성 사업과 같은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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