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의 혁신`이라고 불리는 스마트 브랜치에 은행이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여 온 지도 1년여가 지났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각자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고군분투해 온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당초 기대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는 모습이다. 조금은 냉담한 시장 반응에 은행 관계자나 사업자는 이구동성으로 곤혹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체 왜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스마트 브랜치의 시작은 놀라움과 기대 자체였다. 요즘 말로 `스마트가 갑(甲)`이 돼버린 시대에 고객 변화와 은행의 필요가 시의적절하게 만나 탄생한 것이 스마트 브랜치다. 당초 목표한 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스마트 브랜치의 성공을 이끄는 촉진요소만큼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약요소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관점과 가치를 제시한다면 스마트 브랜치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혁신적인 스마트 브랜치로 가는 데 마주칠 수 있는 첫 번째 함정은 `혁신 리소스 부족`이다. 고객과 은행 관계자를 만나 들어보면, 지금까지 스마트 브랜치는 기존 지점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공통적이다. 즉, 새로운 가치가 눈에 띄게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이 굳이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는 은행이 부득이하게 적은 예산과 촉박한 일정으로 추진하면서 신기술과 서비스 도입을 애초 계획한 수준만큼 지원하지 못한 점에서 기인한다.
은행 업종 특성상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 문화도 한몫한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다루기에 의사결정에 매우 신중하고 변화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한 시기별 재무적 성과 달성 여부가 중요한 은행으로서는 특정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낙관할 점은 최근 은행도 위기 때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퇴출 등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과거 같은 공공적 은행의 모습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체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발판으로 스마트 브랜치 추진의 혁신 리소스를 충분히 갖춰 고객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혁신을 통한 가치가 제대로 갖춰지면 다음으로 깊이 있는 고객 인식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은행들은 스마트 브랜치를 만들어 놓고 주로 일방적으로 알리는 마케팅과 홍보에 치중한 경향을 보여왔다. 수십년간 은행 이용 습관이 형성된 고객이 하루 아침에 새로운 지점 환경에 맞춰 변화할 리 만무하다. 특히 요즘처럼 고객별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일종의 면역이 생긴 고객을 움직이려면 더욱 특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가령 실제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를 심어주려면 소비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브랜드관리 등 고객 특성을 심도 있게 연구한 학문의 연구결과를 깊이 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당근`으로 움직이기에는 현대의 고객은 지나치게 똑똑하다. 설사 그런 유인책으로 고객을 얻더라도 또 다른 당근을 향해 쉽게 가버릴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인 홍보와 당근 마케팅에 머무는 것이 아닌 고객의 마음 속 욕구를 이끌고 만들어 내는 고객 인식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은행 측면에서 지점의 성과관리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기존 재무적 가치에 더해 스마트 브랜치가 약속하는 고객경험 개선, 은행 브랜드 제고, 업무프로세스 효율화 등 비정형 가치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정형 가치와 재무적 가치는 전혀 별개가 아니다. 최근 러시아 40여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객 경험 척도(CEI)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상위 5개 은행들이 하위 5개 은행들보다 은행 상품 판매와 요구불 예금액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말하자면 고객은 새로운 가치를 주는 은행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맡기려는 의사를 보인다. 이 사실에 주목해 새로운 지점 성과관리 방식을 갖춰야 한다. `관리되지 않는 성과는 달성되지 않을 성과다`라는 말처럼 스마트 브랜치가 새롭게 추구하는 가치는 반드시 그 추이가 관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프레임에 갇힌 채 함정 속에서 헤매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스마트 브랜치를 추진할 때 세 가지 함정을 넘으면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현재의 지점 변화를 위해 혁신 리소스를 충분히 투입해 스마트 브랜치라는 도구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은행은 커다란 경쟁력 우위를 갖춘다. 또한 고객이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은행 성과관리 체계에 적절히 접목할 수 있다면 은행 경영 성과도 획기적인 업적을 이뤄낼 수 있다. 스마트 브랜치의 `함정`을 제대로 보고 뛰어넘는다면 이후 눈앞에 펼쳐질 변혁에 저절로 `함성`이 나올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의 최전선에서 은행들이 극적인 관점 변혁과 구체적인 실천을 이뤄나가길 기대한다.
노동명 SK C&C 컨설팅 본부 선임 컨설턴트(eastlight@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