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간 협력 우수사례로 꼽히던 나노펀드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관련 전문가를 확충하는 등 양국 사업협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러시아나노기술공사(러스나노)와 러시아 펀드운용사, 우리나라 지식경제부가 투자해 설립한 나노펀드가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관련 총회가 열렸으며, 빠르면 다음달 말 공식적으로 해산이 완료될 예정이다. 720억원 규모 펀드를 지난해 10월까지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당초 목표가 실현되지 않았고, 그동안 투자 실적을 한 건도 기록하지 못해 정부가 해산을 결정했다.
펀드는 나노산업을 포함한 신성장 동력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러스나노가 360억원, 펀드운용사가 160억원, 지경부가 200억원을 투자했다. 해산이 완료되면 정부가 투입한 200억원은 그대로 회수된다. 지경부는 이 자금으로 신성장 동력 사업을 지원하는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이 무산된 것은 자금 운용 등 세부 사업 추진에서 양국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러시아 전문가가 부족해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협력이 논의 단계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가장 적합한 파트너로 손꼽힌다. 러시아는 원천 기술, 자금력이 풍부하지만 사업화·마케팅 능력은 부족해 상호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나노사업에 관심이 높아 관련 분야에 협력 기회가 많다. 러시아 정부는 러스나노에 무려 10조원을 투자했다.
송용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한러산업기술협력센터장)는 “우리나라는 일본·중국과 협력하면서도 경쟁할 수 밖에 없지만 러시아와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러시아의 사업 특성을 이해하고 양국간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