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기업 '파세코'는 지금 한여름이다

심지식 석유난로 제조업체 파세코에 때 이른 여름이 찾아왔다. 여느 회사와는 달리 파세코엔 여름휴가가 없다. 난로 성수기인 겨울을 대비하려면 한여름에 제조라인을 풀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여름 대신 겨울에 휴가를 다녀온다. 그 바쁜 여름이 올해는 봄으로 당겨졌다.

난로기업 '파세코'는 지금 한여름이다

파세코 안산시 본사 공장 내부 모습(사진: 파세코 제공)
파세코 안산시 본사 공장 내부 모습(사진: 파세코 제공)

안산시 반월공단에 위치한 파세코 공장을 방문했다. 중남미 지역에 수출할 석유난로를 준비하느라 열기가 후끈하다. 해외에서 파세코 브랜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우리는 봄이지만 지구 반대편 칠레는 겨울 문턱에 바싹 다가서 있다. 파세코는 칠레 수출물량 선적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회사는 최근 칠레, 러시아 등을 신규 수출 지역으로 확보했다. 수출물량도 5배로 껑충 뛰었다. 남북으로 길게 산맥이 드리워져 있는 칠레는 석유난로 등의 난방 및 취사기구로 겨울을 난다. 2010년 대규모 지진 피해로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석유난로 수요를 촉진시켰다.

박재형 파세코 마케팅팀 부장은 “예년 같으면 2~3월은 바쁜 시기가 아니었다”며 “올해는 휴가도 미루고 수출용 난로를 생산하느라 겨울부터 바빴다”고 설명했다. 석유난로로 시작했던 파세코는 2000년대부터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했고, 빌트인가전에서 업소용 제품, 캠핑용품까지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파세코 직원들은 지난해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을 위해 태백산맥에 오르기도 했다. 칠레는 고산지역이 많기 때문에 산소공급량이 평지보다 적다. 산소공급이 줄어들면 난로 내에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연기나 그을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연구소 직원들은 국내에서 고산지대와 비슷한 환경을 찾기 위해 해발 700m 이상의 산까지 올라 난로 연소실험을 했다.

석유난로는 파세코의 대표 수출 상품이다. 국내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가 늘면서 전기난로가 석유난로를 대체했지만 주택 위주 생활을 하거나 오래된 가옥이 많은 북미, 유럽 등지에서는 석유난로 수요가 꾸준하다. 일교차가 큰 중동에서 석유난로는 생활필수품이다.

회사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덕분에 세계 심지식 난로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 안전규격을 취득해 품질과 안정성도 인정받았다. 수출로만 연간 500억원을 벌어들인다. 이 회사 매출의 절반이다.

파세코가 눈독을 들이는 또 다른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 역시 대규모 지진 이후 난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연간 400만대이던 시장이 600만대 규모로 커졌다. 이런 성장가능성을 보고 회사는 현지의 까다로운 안전규격에 대비하면서 지난 1년여간 공을 들였다.

유일한 파세코 대표는 “일본은 잦은 지진 때문에 화재사고 등을 고려한 인증제도가 몹시 까다롭다”며 “10년 넘게 수출했지만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던 만큼 일본시장에서도 품질과 안정성 모두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 파세코 최근 3년간 열기제품(심지식 난로포함) 판매량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