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성시대, 대학은 지식을 전하는 상아탑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준비된 기업가를 키우는 교육과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사업화도 대학 기반으로 일어난다. `벤처 어게인`을 외치는 정부도 대학을 창업전진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창업선도대학과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성공한 대학생 창업자가 나오면서 대학도 창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창업 강좌 개설과 동아리 지원을 넘어 창업학과 개설과 기업가정신센터 설립 등 체계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창업 1등 대학이 명문 대학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창업 명문으로 꼽히는 곳은 단연 연세대다. 연세대는 창업선도대학 역할을 수행하며 대학발 창업 열기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1999년 창업보육센터(BI) 개소와 함께 창업지원활동을 시작한 연세대는 창업지원단을 중심으로 연세대만의 창업선도모델을 확립했다. 단순한 공간 제공과 포괄적인 창업컨설팅이 아닌 성장 단계별로 기업을 분류해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투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세대는 기업을 4단계로 구분해 성장 단계별로 특화된 지원에 나선다. 1단계는 창업 준비·창업기반조성 단계로 창업 강좌, 기술창업아카데미, 창업경진대회 등으로 구성된다.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에게 정부 정책자금을 연결하고 중기청 주최 `슈퍼스타 V` 등 다양한 창업경진대회 출전을 도우며 초기 정착을 돕는다.
2단계는 예비창업·프리(Pre) BI 단계로 창업동아리, 학생벤처, 예비기술창업자가 해당된다. 우수 창업자는 연세-GL엔젤클럽을 통해 2000만원 내외 초기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3단계 창업·성장단계에서는 기업 상황에 맞는 기술경영과 멘토지원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유망 기업은 가치평가 후 직접 투자에도 나선다.
마지막 사업 안정화·재도약기(포스트 BI) 단계는 코스닥 상장 직전 기업이 대상이다. 창업지원단은 산학협력 기술이전을 통해 성장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연세대가 출자한 청년창업투자펀드 혹은 협력 벤처캐피털 투자를 연결한다. 포스트 BI 모델은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연세대 창업지원시스템의 핵심이다.
대학답지 않은 적극적인 투자는 연세대 창업지원단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창업보육에 자금지원을 더해 스타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단계별로 아이템 개발비(창업준비 단계), 사업화 지원금(예비창업 단계), 엔젤투자·프로젝트투자(창업·성장단계), 직접투자(성숙·재도약 단계)에 나선다. 이를 위해 2011년 135억 규모 청년창업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GL인베스트먼트와 `연세-GL 엔젤클럽`을 조성했다. 창업지원단이 발굴한 스타트업 중 시제품개발 및 양산자금이 필요한 기업에겐 2000만원 내외 프로젝트 투자도 실시한다.
투자는 각 단계별로 명확한 목적을 갖는다. 엔젤투자는 초기 기업 운영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 지원, 프로젝트 투자는 시제품 제작 및 마케팅 지원이다. 직접투자는 주주 역할 수행 및 성장 지원, 펀드는 기업 성숙과 재도약을 지원한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은 “연세대의 체계적 투자는 전략적 기업발굴-성공 회수-유망 기업 재투자의 창업지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상황에 맞는 투자 지원으로 창업 성공을 돕고 그 과실을 다시 유망 스타트업과 나누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세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스타트업 엔젤투자에 나서 화제다. 지난해 12월 5개 기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금은 한 기업당 최고 4000만원으로 초기 스타트업의 자본금 마련을 위해서다. 5개 스타트업은 △청소년 이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놀` △게임개발사 `나인그루브`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디자인유어라이프` △지하철 내비게이션 개발사 `멀린` △소셜데이팅 서비스 기업 `드림빈`으로 모두 창업지원단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기업이다. 정부 정책자금이 초기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지만 이 돈은 자본금으로 쓸 수 없어 초기 스타트업은 자본금 마련·확충이 쉽지 않다. 창업지원단 엔젤투자는 바로 자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위한 것으로 이들 기업의 초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연세대 창업지원단은 올해 최소 5개 스타트업 엔젤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프로젝트 투자는 2개 기업 이상, 직접투자는 3개 기업 이상, 펀드투자는 2개 기업 이상이 목표다. 산학 협력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도 눈에 띈다. 대표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유겟(uGET)`이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문제를 제시하면 프로그램 참가 학생이 해결책을 제시한다. 2주간 국내 조사 후 4주간 현장을 체험하고 다시 돌아와 2주간 피드백을 제공한다. 모든 비용은 창업지원단이 제공하며 참가 학생은 4학점을 인정받는다. 공대와 함께 진행하는 `엑스 디자인(X-design)`은 다양한 학과 학생이 모여 창의적 문제해결 도출에 나선다. 경영대와 연계한 `YCCP(YONSEI Community Consulting Project)`는 컨설팅 기법을 도입해 스타트업 문제를 해결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스타트업은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생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창업기업과 예비창업자의 글로벌 역량 제고도 돕는다. 교환학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창업강좌 `한국의 기술 창업`을 진행한다. `글로벌 엔턴십(Enternship)` 진행과 `스타트업 글로벌 커리어 페어(Startup Global Career Fair)` 개최를 통해 유학생에게 스타트업 취업 기회를, 스타트업에겐 우수 글로벌 인재 확보 기회를 제공한다.
박소영 연세대 창업지원단 팀장은 “지난해 사우디와 카타르, UAE 등 중동 기업 육성 담당자가 방문해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를 전수받을 정도로 창업지원단 역량을 대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창업보육과 투자는 물론 산학협력과 글로벌 지원으로 창업자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연세대 창업지원단 단계별 창업지원책
(자료 : 연세대 창업지원단)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