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한금융타워 건립`이 무기한 연기됐다.
전·현 경영진 간 분쟁, 비자금 의혹 등으로 체면을 구기더니 신사옥 건립 추진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이 일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청계천변 광교 일대 옛 조흥은행 본점터에 신한금융타워를 건립하는 계획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신한금융타워는 지하 6층, 지상 35층 규모로 강북지역 랜드마크로 세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지 매입 과정에서 악재가 터졌다. 예정부지 내에 대일빌딩이 있는데, 해당 건물주가 매각 반대 의사를 밝혔고 최근 신한금융도 부지 매입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대일빌딩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면 신한금융타워를 기형적으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이 여러 방면으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매각 불가로 결론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빌딩 소유주와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며 “협상은 불발로 일단락된 상태”라고 밝혔다.
부동산 침체와 경제 불황의 여파도 타워 건립 연기에 한몫했다. 올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업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한금융 내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해 9월 구축하는 신한은행 죽전 전산센터 구축과 맞물리면서 투자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전산센터 구축에도 약 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신한금융타워 건립 프로젝트에 최고경영진에서도 무리수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해당 부서에 무기한 연기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신한금융타워 추진은 지난 2005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이후부터 추진했으나 주변 건물주들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2009년 재추진했으나 신한사태가 터지면서 진척이 없다가 지난 2011년 한동우 회장이 취임한 후 다시 추진했다. 결국 세 번의 시도 모두 불발로 돌아가게 됐다.
이로 인해 주변 부지를 매입한 신한금융의 손해도 막대하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사들인 광교 부지를 활용할 방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신한데이타시스템 등 계열사들을 모두 불러들여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도 시들해진 상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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