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때문에 뿔났다…대만 혼하이 "日 샤프에 투자 안해"

경영권 두고 견해차, 삼성 투자로 갈등 촉발

대만 혼하이가 샤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영권을 두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데다 삼성전자와 자본제휴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이 최근 샤프 채무 은행 측에 더 이상 계약은 없을 것이라는 통보를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11일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혼하이가 오는 26일 계약대금 마감시한을 앞두고 더 이상 샤프에 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가장 갈등을 빚는 것은 경영권 참여 여부다. 샤프는 혼하이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 투자를 바란다. 혼하이는 지분을 10%나 인수하는 만큼 경영에 더 많은 권한을 갖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하이는 샤프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60% 이상 급락한 것을 내세워 인수가격을 낮추려 했다.

삼성전자와 제휴협상을 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샤프 오쿠다 다카시 사장은 삼성전자와 제휴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5일 혼하이 정밀의 궈타이밍 회장과 회동을 제안했지만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오쿠다 사장은 샤프와 혼하이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사카이 공장에서 궈 회장과 만나 삼성전자와의 제휴에 이해를 구할 방침이었지만, 혼하이 측이 갑자기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샤프 측은 “궈타이밍 회장이 삼성전자와의 제휴 계획을 먼저 보고받고 불쾌하게 여겨 회동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이 샤프가 채무를 진 미즈호, 미스비씨도쿄은행 등에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것도 결정적이다. 샤프의 단기 채무인 기업어음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3600억엔(약 5조2000억원) 수준이다. 혼하이는 지난해 3월 샤프의 지분 9.9%를 주당 550엔, 총 670억엔(약 788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