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3,500만 대 이상 보급되면서 가계 통신비 문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가 스마트폰 이용자 5,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요금 수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자중 53.3%(2,666명)가 ‘매우 높다’, 41.7%(2,088명)가 ‘다소 높다’고 답했다. ‘적정하다’, ‘다소 낮다’, ‘매우 낮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5%(248명)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등장한 것이 ‘알뜰폰’(MVNO)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제3의 통신사가 SK텔레콤, KT 등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모두 구축해 놓은 무선망을 빌려서 제공하는 것. 기본요금이 몇천원 대로 저렴하고 기존 스마트폰에 유심만 꽂아 쓰면 평균 5~6만원 수준인 스마트폰 요금을 2~3만 원대로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이동통신 대리점 뿐만 아니라 인터넷 오픈마켓, 편의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뜰폰을 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TV홈쇼핑도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스마트폰·피처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TV홈쇼핑이 짧은 시간 안에 낮은 가격만 강조하다 보니 소비자가 각종 조건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힘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연 그럴까. 지난 3월 5일 CJ오쇼핑(www.cjmall.com)이 판매한 ‘LG전자 옵티머스L9’ 방송 내용을 검증해봤다. 이 상품은 LG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3G 스마트폰 ‘옵티머스L9’를 번호이동 조건으로 15요금제, 36개월 약정에 판매하는 상품이다.
◇ 데이터는 100MB, 무료통화·문자 제로? = 방송 영상에서는 ‘한달 15,000원 요금제’, ‘월 15,000원(부가세 별도) 외 추가비용 없음’, ‘놀라운 가격’이라는 말을 연이어 강조한다. 기존 통신사가 제공하는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가 3만 4,000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가세를 뺀 기본료만 따져도 무려 1만 9,000원이나 저렴한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요금제에 항상 포함되기 마련인 무료음성·무료문자·무료데이터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음성 초 1.8원/SMS 건 20원/데이터 1MB 51원’이라는 말과 함께 ‘매월 데이터 100MB 무료 제공’이라는 자막만 보인다. 어떻게 된 것일까. 실제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CJ헬로비전(www.cjhello.co.kr) 웹사이트에서 해당 요금제를 확인해 본 결과 ‘헬로세이브 15’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CJ헬로비전 설명에 따르면 이 요금제는 ‘음성 통화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요금제’이며 기본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기본 데이터만 100MB 제공한다. 다시 말해 기존 스마트폰 올인원 요금제와 달리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경우 쓴 만큼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 스마트컨슈머가 발표한 자료인 ‘3G 요금제별 월평균 서비스 사용량’을 바탕으로 계산해봤다. 이 자료에 따르면 3G 34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월평균 음성통화 123분, 문자는 92건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로세이브 15 요금제에 따르면 100MB 이상의 데이터는 와이파이존이나 스마트폰 테더링, 와이브로 등을 이용해 해결한다고 가정해도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3만 3,000원이 청구된다. 결국 기존 통신사 34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 "명백한 가격표시제도 위반, 조치 취할 것" = 물론 소비자가 원하면 헬로세이브 15 요금제 이외에 무료통화와 문자가 함께 제공되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CJ오쇼핑 웹사이트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방송에선 전혀 업급한 게 없다. 방송 내용만 믿고 계약한 소비자들이라면 다음 달 요금 청구서를 받아보고 당황할 여지가 높다.
문제는 또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2011년 10월 21일 제정·고시하고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휴대폰 가격표시제 실시 요령’에 따르면 판매업자는 통신요금과 휴대폰 가격을 분리해서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TV홈쇼핑 채널 역시 예외 없이 이 고시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 내용에서는 매달 나가는 통신 요금만 안내할 뿐 스마트폰 할부금에 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지식경제부 고시를 위반한 것이다.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운영하는 휴대폰 가격표시제 지원센터(pricephone.or.kr)에 문의한 결과 `해당 방송 내용은 지식경제부 고시를 위반하였으며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할부 원금은 얼마일까. CJ오쇼핑 웹사이트에 적힌 상품설명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36개월 이전에 해지할 경우 할부원금 39만 6,000원과 할부이자 3만 5,640원을 합친 금액인 43만 1,640원을 약정 잔여개월수에 비례해 납부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매달 할부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은 약 1만 1,990원이 되는 셈이며 이 금액을 약정기간동안 할인받는 셈이다. 또 1년 6개월(18개월)동안 이 상품에 가입했다 해지할 경우는 남은 기기값 21만 5,820원을 내야하며 2년(24개월)동안 가입했다 해지하면 남은 기기값 14만 3,880원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