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강국, 기술 대국]17조 과학기술 R&D, 융·복합 실현이 관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3년 정부 R&D 7대 중점 추진 분야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은 3.36%에서 2011년 4.03%로 상승했다. 전체 정부 R&D 예산도 11조1000억 원에서 2012년 16조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올해 다시 1조 원 정도 늘었다. 정부 R&D 중 기초연구 비중도 25.6%에서 2012년 35%로 높아졌다. 과학과 기술경쟁력은 몇 년 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민간 R&D는 오히려 위축됐지만, 최근 세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다.

[과학 강국, 기술 대국]17조 과학기술 R&D, 융·복합 실현이 관건

[과학 강국, 기술 대국]17조 과학기술 R&D, 융·복합 실현이 관건
[과학 강국, 기술 대국]17조 과학기술 R&D, 융·복합 실현이 관건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도 약 17조원에 달한다. 2012년 대비 5.3% 증가한 금액으로 올해 정부 총 재정지출 342조5000억원의 4.9% 수준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창조적 R&D분야 투자가 확대했다. 창의적 연구중심 기초·원천 연구 비중이 늘었고, 녹색성장 견인과 미래 핵심기술 선점에도 힘이 실렸다.

전략적 산업지원 R&D 투자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도 창출했다. 중소기업의 성장단계별 지원이나 산업 간 융〃복합 지원 강화, IT분야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방향에도 초점을 맞췄다. 국민건강과 안전, 재난·재해 등 사회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 R&D 분야 지원도 확대했다.

부처별로 단일부처 R&D 예산 5조원 시대를 연 교육과학기술부, 신성장동력 R&D중심의 지식경제부, 미래 국가안보를 담당할 방위사업청이 전체 R&D 예산의 73.9%를 차지한다. 교통·물류·해양 R&D가 확대된 국토해양부, 창업기업 및 융·복합 기술개발 등을 중심으로 확대된 중소기업청, 원자력 안전강화 R&D 지원이 확대된 원자력안전위원회 예산이 크게 늘었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전년대비 5.3% 확대된 R&D 예산 편성도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새 정부서도 이런 R&D 확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늘어나는 R&D 예산에도 새 정부의 투자 효율성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절대적인 R&D 투자규모는 매년 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정부 조직개편의 모양은 투자효율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새 정부 선거 당시 공약이나 인수위원회 초기 발표 내용과 달리 국가 R&D 방향성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당초 미래창조과학부 집중이 예상됐던 정부 R&D예산은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기술 R&D는 여전히 지식경제부, 기초 R&D는 교육부 등으로 분산됐다.

오히려 각 부처 R&D 예산을 조정·배분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로 통합되면서 `선수 심판`이라는 난제를 만났다. 집행 부처가 다른 부처의 예산 조정·배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또 기초 R&D는 교육과 과학으로 분리됐다.

효율적인 R&D 전략 수립과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는 집행과 조정·배분의 역할이 미래창조과학부 내에서 완전하게 분리, 운영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의 시각이나 현실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은 부처 간 원활한 업무 조율과 협력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처, 기술, 산업 간 그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융·복합 추세에서 향후 과학기술 투자는 기초, 산업, 응용 등 산업 전주기에 걸친 유기적인 결합과 거시적인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부처 간 R&D 업무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눈에 띄는 분야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가 협력에 나선 신약개발이다. 각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업단을 공동 구성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후보물질 발굴 등 임상 전 단계, 보건복지부가 상용화 단계, 지식경제부가 산업화 R&D를 담당하는 전주기 신약개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노 분야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작년 처음 협력을 시작했다. 기획 단계부터 협력에 나섰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간 사업 이관 등 역할조정과 연계성 강화, 국방부와 지식경제부가 협력하는 민·군 협력사업 등도 긍정적인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또 태양열, 로봇 등 정부출연연구소 간 연구 중복이나 협력 등을 조절한 사례도 정부의 R&D 효율성 강화의 사례로 들 수 있다. 상당 부분은 부처 협력도 있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라는 제3의 조정자가 있었기에 수월하게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새로운 창조경제 주력 부처 출범이 환영받으면서 우려를 자아내는 측면이다. 실제 인수위를 거쳐 새 정부 현재까지 진행된 정부 조직개편 과정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 R&D 부분 논란은 비교적 일찍 정리됐지만, 기초 R&D나 산학협력 등과 관련해서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그만큼 논란의 여지가 크고, 부처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부 사업에서는 가시적인 협력 사례가 나오지만 여전히 의료, 해양산업 등 부처 간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특히 새 정부가 강조한 과학기술을 기반의 창조경제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국민과 함께하는 과학기술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융·복합과 전주기 R&D 사업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청사진이 오히려 용두사미식 부처개편에 희생된 측면이 있다”며 “부처 개편과 업무 조정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부처 간은 물론이고 산학연 간 유기적인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정부 R&D 7대 중점추진분야

6대 정부R&D 투자시스템 선진화 방안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